thoughts

도구의 진화 - 툴이 진정한 '도구'가 되는 시대가 올까?

728x90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포토샵 같은 Adobe 프로그램을 배우고, 자기가 전문성을 가지려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익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던 시기가 있었다. 미술이던 디자인이던, 그 쪽으로 진학할 생각이 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장미 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책 제목이 낯설지 않을 듯 하다. 그 시절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이너의 레쥬메 한 구석에는 종종 여러가지 툴에 대한 숙련도가 적혀있고, 이는 디자이너의 능력까지는 아니여도 어떤 툴을 다뤄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소통할건지 파악하는 정보가 된다. (물론 그 숙련도가 디자이너의 감각과 능력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개발자라면 어떤 언어의 전문가인지 스스로 몇 가지 스택을 정해서 집중해서 배우기도 하고, 업무나 작업에 어느정도 컴퓨터 작업이 필요한 분야라면 자연스럽게 그 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숙련도가 요구된다. 

 

이 책을 안다면... 최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이거나 그 위 세대이시겠군요?ㅎㅎ 

우리는 종종 프로그램, 툴을 '배워서 숙련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여러가지 Adobe 프로그램들, 컴활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엑셀의 함수들을 외우고, 3d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들 같은 경우는 대학이나 학원을 통해서 계속 연습하고 배우고...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퀄리티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툴들을 마스터해야만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많은 아이콘과 세부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어떤 기능들을 알고 조절해야하는지를 익혀야했다.

 

전문가용 음악 프로그램 Logic X Pro /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협업을 강조한 SoundTrap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단어 자체도 이제는 옛날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최근에 입에 올려 본 적이 없다. 쉽게 다운받고 간단한 UI에 대한 설명만 보고 바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이나 브라우저 상에서 로그인해서 어디서든 쉽게 사용하는 웹 서비스의 개념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프로그램과 어플리케이션을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어감만으로도 우리는 어느샌가 이 두 가지를 좀 다른 것으로 느끼고 있다. 

 

 

 

툴의 진화, 더 쉽고 직관적인, 배우지 않아도 되는 툴들

 

이전에는 짧은 영상도, 영화도, 광고도, 유튜브 컨텐츠도, SNS 영상도 다 전문가용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했다면, 이제는 원하는 매체에 최적화된 창작 플랫폼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간단한 유튜브나 SNS 컨텐츠에 영화까지도 편집하는 무거운 Adobe 툴이 필요하지 않다. 오른쪽의 VEED.IO가 그 예시. 

이런 프로그램들을 익히는게 그 분야의 진입장벽이자 필요조건이었는데, 이제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같은 결과물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직관적인 선택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 쉽게 디자인 할 수 있고, 영상을 편집할 수 있고,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디자인의 수준을 떠나서 웹사이트는 이제 간단한 웹 빌더로 너무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유튜버가 되고 싶은지는 마음의 문제일뿐, 어떻게 만들고 편집할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편하게는 모바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부터 브라우저 상에서 사용이 가능한 편집 툴들, 자신이 만드려는 컨텐츠의 형태나 목적에 맞게 세분화되어있는 여러가지 서비스까지,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이제 거의 의지의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휴대폰의 앱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배워본 적'이 있나?

물론 몇 가지 가장 중요한 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단순화했기 때문에 더 사용하기 쉬운 툴들이 많아진 것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연관짓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Adobe 툴들을 배우지 않아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시대, 이런 프로그램들은 정말 구현을 위한 도구로만 남고, 내가 고민해야하는 것이 어떻게 구현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정말 내가 만드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너무 도구 자체를 익히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이 도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새로운 툴들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 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초심자나 일반인을 위한 툴을 넘어서 / AI와 Machine Learning과 함께 만들기

쉽고 직관적인 툴들이 해봤자 초보자용 툴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본 몇 가지 서비스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GPT-2(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2. OpenAI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AI. 2019년 초에 공개되었다.) 단계일 때 까지만 해도 AI를 이런 저런 툴에 결합하는 시도들이 '신선하다', '아 이렇게 활용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그 결과물이 좋다기보다는 시도 자체에 높은 평가를 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올해 GPT-3가 공개된 이후에 나오는 서비스들은 '이게 이정도 까지 된다고...?'라는 서비스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전까지만 해도 AI에 의한 추천 알고리즘, 비지니스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 등 기업 단위로 기술이 쓰이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까지 도달한 것 같다. 리서치 과정에서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AI / ML을 결합한 서비스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RunwayML - 에프터이펙트나 누크에서 뭔가를 따보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알 저 기능의 효율성...

 

- RunwayML : 머신러닝이 결합된 비디오 편집 툴이다. 기존에 비디오 편집을 더 쉽게, 단순화한 툴들은 많았지만 오히려 머신 러닝을 결합해서 비디오 편집을 더 똑똑하고 새롭게 할 수 있는 툴은 처음 접한 것 같다. 굉장히 빠른 주기로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존의 전문가의 영역에서도 귀찮은 작업이었던 크로마키 작업(그린 스크린 등을 두고 배경을 지우고 물체나 인물만을 따내는 작업)을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는 영상을 분석해서 영상 속의 물체나 인물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싶은지 옵션을 주기도 하고, 머신 러닝 모델을 불러오거나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시켜서 영상을 원하는 스타일로 재해석 하는 등 정말 새로운 방식의 비디오 편집을 가능하게 해준다. 

https://runwayml.com/

 

Runway | CREATE IMPOSSIBLE VIDEO

Professional video editing powered by machine learning — all on the web.

runwayml.com

https://youtu.be/-2zZSiPbS00

RunwayML을 통해 만든 영상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Community Reel에서 어떤 작업이 가능한지 대략적으로 볼 수 있다. 

 

 

Copilot - 확실한건 나같은 초보 코더보다는 잘쓴다는 것...

 

- Copilot : 최근에 여러 개발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Github의 Copilot은 개발자들이 지금까지 오픈소스로 github에 올린 코드들을 AI에 학습시켜서 만든 개발자를 위한 AI이다.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MS가 인수한 Github와 OpenAI 기술을 결합해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오자 이런 서비스들이 곧 개발자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기존에도 텍스트로 기능을 설명하면 간단한 UI를 그려주는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활용될 정도는 아니었고 'AI로 이런걸 할 수 있다' 정도였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IT 기업이 만들어낸 AI 서비스가 생각보다 너무나도 제대로 코드를 제안하는 모습을 보니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래 영상에서 Copilot을 실제로 테스트해보신 개발자분의 후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분도 비슷하게 처음에는 충격적이지만 결국에는 개발자들이 이 서비스를 효율성을 위한 도구 정도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https://copilot.github.com/

 

GitHub Copilot · Your AI pair programmer

GitHub Copilot works alongside you directly in your editor, suggesting whole lines or entire functions for you.

copilot.github.com

https://www.youtube.com/watch?v=x_Yw2f161CU&ab_channel=%EB%85%B8%EB%A7%88%EB%93%9C%EC%BD%94%EB%8D%94NomadCoders 

유튜버 '노마드 코더'의 Copilot 후기

 

 

Descript - 간단해보이지만, 실제 영상 편집할 때 들어가면서 잘라낼 곳을 찾아내는 과정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효율적이다. 

 

- Descript : 위의 두 툴을 보고 나면 이 툴은 별로 신선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막상 내가 최근에 영상 편집할 일이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써보니 엄청나게 효율성이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소개해본다. Descript는 편집하려는 영상을 텍스트로 추출해서 기존의 타임라인 방식이 아닌 문서 편집하듯이 지우고 써가면서 편집할 수 있게 해준다. 영상 편집할 때 프리뷰로 소리를 들어가면서 잘라낼 부분을 찾아내는게 아니라 문서보듯이 지울 부분을 지우고 옮길 부분을 옮기면 되니 정말 효율적이다. 지우는 건 지운다고 치고, 쓴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생각이 들 것 같은데, 말그대로 영상 속의 음성을 인식해서 잘못 말한 부분을 수정하면 그 음성을 만들어주기도 한다(Overdub). 아무래도 텍스트 기반이다보니 이미지 중심의 영상에서는 활용은 어렵고 인터뷰나 강연, 설명이 많은 유튜브 컨텐츠나 팟캐스트에서 주로 활용이 되는 듯 하다. 그리고 Beta 버전에서 노이즈 없애주는 기능도 살짝 봤는데, 기존의 어떤 서비스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기대중이다. 

https://www.descript.com/

 

Descript | All-in-one audio/video editing, as easy as a doc.

Record, transcribe, edit, mix, collaborate, and master your audio and video with Descript. Download for free →.

www.descript.com

https://www.youtube.com/watch?v=Bl9wqNe5J8U&ab_channel=Descript 

 

 

 

다음 세대의 디자이너들도 어도비로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시작할까?

이런 변화가 계속되고 3년 후, 5년 후를 생각해보자. 사실 이런 시기를 정확하게 언급하는 게 참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행 UX / 컨셉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예를 들어 5년 후, 10년 후 이런 것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 시기가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어느 순간 변화가 이미 일어나있다. 특히 근래에는 코로나 때문에 디지털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 되고 더 쉬운 서비스와 툴들, AI와 ML이 결합된 창작 방법 속에서 새롭게 이런 분야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 툴이 그 때 까지도 이런 전문가용 프로그램들일까? 물론 기존의 전문가용 툴을 만드는 회사들에서도 점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기도 하고, 특히 어도비의 경우는 비슷한 제품군에서 훨씬 간소화된 버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Adobe Premiere에서 빠른 편집기능을 강조하는 Adobe Premiere Rush를 만들어서 SNS 컨텐츠 편집 등 가벼운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특히 이런 직관적인 앱들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접하면서 자라온 세대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Adobe를 주 툴로 사용해오던 사람으로써, 최근에 인터뷰했던 마케터나 디자이너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Adobe를 무겁고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면서 Canva를 사용한다고 언급한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거 일반인용 아니야?'가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오히려 내가 얼마나 편협하게 툴이라는걸 바라보고 있었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가 있었다. 기존에 Adobe를 써오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Adobe를 이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체감상의 이야기이다.) 몇 년 후 신입 디자이너에게 프로그램 뭐 써요? 이런 질문 하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게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Adobe Premiere Rush(왼쪽) / Canva(오른쪽)

 

여전히 접근하기 쉬운 스마트폰 카메라나 새로운 기능이 결합된 카메라들이 나와도 전문가들은 수동으로 카메라를 사용하고, 속도를 내기 위한 기술의 결합체인 F1 머신도 수동으로 컨트롤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이런 툴을 계속 마스터하고 배워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앱들, 서비스들을 쓰면서 자라온 새로운 세대도 똑같이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디자이너가 디자인 프로그램을 쓴다고해서 디자이너인 것도 아니고, 다른 분야 또한 툴이 그 직업을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말 그대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숙련해야할 대상이 아닌 더 쉽게,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의 역할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새로운 툴들에서 또 어떤 컨텐츠들이 탄생하고, 이 툴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끝으로 - 결국 툴이 발전할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아이디어나 생각 그 자체

쓰다보니 툴이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의 전부인 것처럼 전달이 될까봐 덧붙이는 말. 이 글의 요지는 당장 스마트한 툴들이 기존의 툴들을 대체할 것이다! 라기보단 툴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역할이 어떻게 바뀔지, 우리가 어떤 것을 만들어야할지, 이 기술들을 어떻게 수용해야할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툴들을 '에이 실험적인거지 전문가들은 못쓰지' 라는 마음으로 보기보단 저런 시도들이 무르익고 업계에서 받아들이는 시점이 되기 전에, 이런 툴들을 받아들이면 내 작업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예시로 소개하는게 아래의 이미지이다. 마지막 이미지는 RunwayML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3d 모델링을 한건가? 사진을 찍었다는 건가? 이 이미지는 Gal Sharir, Idan Sidi Hauben라는 아티스트들이 RunwayML에서 여러 국가나 시기의 다양한 모양의 꽃병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키고, 그 모델로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원래라면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도자기 장인이나 3d 디자이너와 협업을 해야했겠지만 창작의 과정마저 달라진다. 3년 후 당신의 디자인, 창작의 프로세스는 어떤 모습일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