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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괜찮지 않은 요즘
제목 그대로, 괜찮지 않은 요즘. 회사에서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 하는 동안도, 일을 하지 않는 동안도 보이지않는 부담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종일 긴장된 상태가 이어지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제는 생각할 힘과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직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다른 의미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달까. 초반에는 런던을 즐길 의욕이 넘쳐났는데, 요즘은 어떤 것도 재미가 없고,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우울감을 극복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보지만, 왜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나름 힘들 때도 자정 능력이 좋다고, 의욕과 성실함으로 모든 걸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기에, 지금의 내 ..

18 - 벌써 6월
벌써 6월. 한 해의 중간 지점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고, 런던에 온지도 3개월 차가 되었다. 체감상으로는 더 길게 느껴진다. 초반 이 곳에서의 삶을 세팅하고, 회사 일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부지런히 런던을 구경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인가보다. 아직도 남은 해야할 일이 잔뜩이고, 회사 생활도 아직 삐그덕거리고 있지만, 6월은 조금 더 부지런하되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차근차근 헤쳐나갈 수 있길. 특히 3개월찬데 아직도 새로운 일이 어려워서 지난 몇 주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음을 먹는다고 뚝딱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최근에 새롭게 만났던 디자이너들 모두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직장에서의 3개월은 아직도 여전히 짧은 시간이라고 마음 편하게 먹으..

17 - 나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해
입사 2개월차, 일과 사람들에 익숙해지는 듯 하면서도 아직 너무나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드는 요즘. 사실 그 누구도 부담을 주진 않는데도 혼자 만들어낸 그 부담감 속에 눈앞의 일들, 작은 일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요즘. 긴장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마치 회사 노트북 속 세상과 사무실이 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출근 전, 퇴근 후 기분 전환하러 공원을 자주 가게 된다. 그 너른 공원을 거닐다보면 그제서야 내 밖에 존재하는 세상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노트북 앞의 내가 굽은 자세로 웅크려서, 뭔가 해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머릿 속에서 보인다. 어찌나 안쓰럽고 딱해보이는지. ..

16 - 일상의 회복과 재구축
이제 런던에서 지낸지 2달이 다되어간다. 이사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이벤트들이 있는 바람에 하루하루의 밀도가 높아 체감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길게 지낸 듯한 기분. 정신을 놓고 살다가 이제야 다시 머릿속에 여유가 생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 덕분에 이번주에서야 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지, 하고 정신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쓴다던 다짐, 새해 목표들, 평소의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못한지 두 달,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돌아간다'라고 표현했지만 환경이 바뀌고, 지금 해야할 것들이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은 이전의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일상을 구축해야하는 요즘이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당연하고도 편안한 ..

15 - 관광객와 로컬 그 경계에서
런던 1주차. 지하철이나 택시 타는 것, 필요한 물건 사는 것, 하다 못해 길 건너는 것 마저 헤메는 아직은 너무나 서툰 관광객 모드다. 특히 얼마나 많은 곳에 바보 비용을 냈는지, 굳이 비싼 돈 내고 장보고 온 거, 공항에서 지하철 타면 더 빠르고 싸게 올 걸 20만원 가까운 금액으로 택시타고 온 것... 억울하지만 이 첫 한달의 바보비용을 내야 이 곳에 살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지내보려고 애쓰고 있다. 길 건널 때도 왜 어떤 신호등은 반대편이 아닌 내 쪽에 빨간불 / 초록불이 켜지는건지, 왜 로컬들은 아무도 신호등을 안지키는 것 같은지, 태연한 척 하지만 모든 순간 동공지진 중이다. 그리고 영국 발음... 솔직히 한 50%는 못 알아 듣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관광객 모드인..

14 - 퇴사 회고. 전 직장에서 배운 것들
퇴사한지는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미뤄왔던 링크드인 업데이트. 퇴사 소식을 올리기 전에 조금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하고 적어보려고 간단한 회고를 해본다. 일에 대한 자세코로나 때 일을 시작해서 1년은 한국에서 재택으로, 2.5년은 싱가폴로 옮겨서 일을 했다. 인턴쉽이나 임시로 했던 일들을 제외하고는 나름 첫 직장이었다. 첫 직장을 원격으로, 팀원들과 다른 시차에서 일하려니 내가 맞게 하고 있는지, 일을 배워야 할 때에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첫 1년이었다. 줌으로 미팅을 할 때면 모두가 할 말이 있고, 다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 같았다. 원격으로 일하니 각자의 생각과 노력의 과정이 보이지 않으니 더 그랬고, 나에겐 모든..

13 - 임포스터 신드롬
이직을 한달 남짓 남겨두고, 앞으로 일하게 될 업계가 풀고자 하는 문제들, 눈여겨봐야할 새로운 툴들 등 공부를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니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이직하게 될 곳은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을 위한 툴을 만드는 회산데, 나는 그들의 굉장히 라이트 유저였고, 단시간에 이 시장과 유저에 대한 이해를 쌓기는 쉽지 않겠지.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날고 기는 디자이너들의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도 구경하고 나니 임포스터 신드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직에 대한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이런 이야기를 앞으로 내 미래의 매니저가 될 사람과 동료에게 터놓고 했다 (입사 전부터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걸..

12 - 수렴과 발산
갈 대학이 정해진 수능 끝난 고3 정도의 순도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바로 이직이 정해진 직장인의 입사 전. 2달 정도의 긴 시간을 허락받았지만,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그 한 달 중 2주는 송별회를 하고, 싱가폴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식사를 마지막으로 하며 인사를 나누고, 끝없는 짐정리를 하고 이사를 했고, 다른 2주는 한국에 돌아와 그립던 음식을 먹고, 간만에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고, 밀린 병원을 다니는걸로 또 훌쩍 흘러버렸다. 이 기간 뭘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지 그렇게 고민했건만, 결국 뭘 해야겠다고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흘러보낼건가보다. 알차게 놀아야되는데 별거 못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나의 푸념에, '시간이 잘 가는 것 같으면 잘 놀고 있는거야' 라는 ..

11 - 호크룩스같은 공간들
약 1년만의 서울. 돌아왔는데도 돌아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 며칠을 보내다가, 일주일차가 된 오늘에서야 내가 가장 사랑했던 카페,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에 왔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벅차오르는 마음에 크게 한 숨을 들이마셨는데, 여기에 두고 온 내 영혼이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로, 내 안의 무언가가 다시 채워진 기분이었다. 이 공간을 떠나있었던 시간이 무색하게, 내가 자주 앉던 그 자리에 앉으니 내가 있어야할 곳에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바뀐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 위치는 묘하게 맘에 들진 않지만...) 이 말을 들은 친구 두 명이나 똑같이 그 카페가 니 호크룩스냐는 농담을 했다. 그 농담을 들으며 이 공간이 파괴되는 상상을 해보면..

10 - 봤던 영화,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건
요즘 고르는 영화마다 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래서인지 보려고 담아둔 긴 영화 리스트가 아닌 봤던 영화인데 희미해져 가는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봤고, 지금은 '셜록'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건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라는 건데, 다시 보게 되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영화의 디테일을 다시금 새겨보게 되기도 하고, 이 작품을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나는 어땠는지, 왜 좋아했을지, 그 영화를 다시 보는 이상으로 이런 저런 생각거리가 있는게 재미있다. 당당하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유, 그 디테일들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걸 다시 선명하게 만들면서도, 그 때가 아닌 지금의 시점으로 다시 봐도 또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