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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책과 영화들, Best 3
24년은 생각보다 많은 책과 영화를 소비하진 못했다. 20권의 책을 목표로 했지만 19권에 그쳤고, 영화/시리즈도 19편으로 한 편도 보지 못한 달들이 여러 달 있을 정도다. 특히 영화는... 본 걸 후회하게 되는 작품들도 많이 봐서 베스트를 꼽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꼽아보는,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영감과 영향을 준 최고의 작품들. 책 - Filterworld제품이 무료면 사용자 자신이 제품이라는 식의, 소셜 네트워크의 악영향에 대한 이젠 너무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아닌, 알고리즘화된 미디어가 문화와 소비자의 취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Kyle Chayka의 . 개인의 취향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 궁금하고 관심이 많던 차에 읽어서 나에게 시기도 적절했고,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가도 비슷해..
10 - 봤던 영화,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건
요즘 고르는 영화마다 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래서인지 보려고 담아둔 긴 영화 리스트가 아닌 봤던 영화인데 희미해져 가는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봤고, 지금은 '셜록'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건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라는 건데, 다시 보게 되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영화의 디테일을 다시금 새겨보게 되기도 하고, 이 작품을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나는 어땠는지, 왜 좋아했을지, 그 영화를 다시 보는 이상으로 이런 저런 생각거리가 있는게 재미있다. 당당하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유, 그 디테일들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걸 다시 선명하게 만들면서도, 그 때가 아닌 지금의 시점으로 다시 봐도 또 재..
9 - 헤어짐은 언제나 어려워
오퍼가 공식적으로 나오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빨리 받아야 퇴사 선언도 하고 이사 준비도 시작할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모든 일이 서운할 정도로 일사천리다. 퇴사 선언이 밈처럼 홀가분하고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이 이직이 옳은 선택일까, 적응이 된 이 울타리를 벗어나는게 긴장되고, 특히 약 3년을 함께 일한 팀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들의 서운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다른 사람들이 퇴사를 할 때 그 소식을 들으면서 괜히 싱숭생숭했던 그 기분을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어떤 기분일지 이해가 가서 더욱 더 미안하다. 한 명은 심지어 울어서, 나도 울 뻔 했다. 이렇게 퇴사 선언이 홀가분하지 않을 줄이야. 이사 날짜도 일사천리로..
8 - 계절이 그리워
싱가폴의 날씨에 크게 불만을 가져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춥고 움츠러드는 시기가 없는 것에 감사했는데, 오늘 한국의 폭설 소식은 그 코 끝의 찬 공기와 사각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그리워지게 만들었다. 눈에 시큰둥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친구들이 보내주는 사진에 부럽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놀랐다. 싱가폴의 영원한 여름 속에서 살다보니 이렇게 생각이 바뀌나보다.이제는 여행도 시원한 곳에 가야 정말 여행을 온 것 같고, 비슷하게 더운 휴양지에 가면 계속 싱가폴에 있는 기분이다. 보는 것, 먹는 것 보다도, 온 몸으로 느끼는 기온에서 새로운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제일 감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작년 5월, 멜버른에 갔을 때의 간만에 느낀 가을 바람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도,..
픽셀 폰트 - 8x8, 그 제한된 공간 속 무한한 표현들
Config 2024를 갔을 때, 만난 사람들에게 어느 토크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픽셀 폰트 토크!' 라고 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세션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갔는데, 이제야 생각이 나서 찾아봤다. Figma의 Design director인 Marcin Wichary의,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이 좋지 않았을 때 사용되던, 한 글자 당 8x8 픽셀 안에 그려지는 픽셀 폰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의 디스플레이는 일부러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이상에야 깨진 픽셀들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선명하고 촘촘해졌는데, 이 세션에서는 과거 아이팟, 예전 컴퓨터 GUI, 게임 그래픽에서 사용되던 폰트들을 소개한다. 8x8. 한 글자 당 64개의 픽셀 안에서 대문자, 소문자, serif, san-s..
7 - 운동을 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차이
혼자 러닝을 한다던지, 복싱에 가서 혼자 샌드백을 친다던지, 혼자 묵묵히 그 날의 운동을 끝내고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폴에 온 이후로는 그런 혼자 하는 운동 시간이 반, 코치가 하는 수업을 듣는 운동 시간이 반이다. 내가 사는 콘도에 테니스 코트가 있어서 레슨을 신청하면 코치가 직접 와서 수업을 해줘서 테니스도 배우고, 평소에 하던 복싱을 계속 하고 싶은데 싱가폴은 아무 시간대나 가서 시설을 쓰는 복싱장보다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신청해서 가야되는 식이라서, 복싱도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혼자 편한 시간에 가서, 조용히 생각 정리 하고 오는 맛으로 운동을 했다보니, 처음에는 운동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미리 일정을 잡아서 가야하고, 옆에 계속 코치..
[작업기] Sites.cv와의 콜라보 - Booklet 웹사이트 템플릿
Read.cv를 아시나요?Read.cv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부터 프로덕트 관련 직종의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다. 개인의 resume를 온라인상에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LinkedIn의 정제된 버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확장해서, Post.cv (read.cv 유저들의 소셜 네트워크), Sites.cv (read.cv의 프로필을 바로 웹사이트로 바꿔주는 서비스)까지 3개의 플랫폼이 있다.Read.cv에서 활동한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 곳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도 많고, 확실히 커뮤니티가 작다보니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와는 다른 느낌으로 더 실속있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를 쓰는게 미안할 정도로, 관련 업계 안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이 플..
6 - 일상의 조각들
블로그 챌린지 하던 친구들이 포토덤프를 올리는게 좋아보였는데, 주말인 김에 갤러리에서 이번 주의 사진들을 모아 올려본다. 사실 요즘 모든 정신이 면접 준비에 가있어서 일상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있겠지. 일상이 단조로워질수록 생각도 단조로워지고, 나의 표현도 단조로워진다. 책으로, 사람으로, 혼자 뭔가 만드는 시간으로 그런 단조로움을 채워오던 나였는데, 요즘은 그런 시간이 없으니 내 갤러리도 단조롭구나. 그나마 하늘을 올려다보고, 좋은 날씨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나 칭찬해. 남은 며칠만 고생하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5 - 과거의 작업들을 돌아보며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준비에 대한 하소연으로 적어보는 오늘의 글. 최종 면접을 앞두고, 특히 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design craft’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잖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의도 자체만 보면 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나 싶다. 이 인터뷰의 목적은 정제된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려했던 옵션들, 선택되지 않은 디자인들, 그 이면의 고민과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것이다. 처음엔 아, 그거야 쉽지, 라고 생각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몇 번이나 열어봤던 프로젝트이지만,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다. 포트폴리오는 잘 된 부분만 하이라이트하면 되는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엉망인 부분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4 - 해외에서 친구만들기
돌이켜보면 싱가폴에 와서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해외에 나와있는 지금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꽤나 잘 유지하는 편인 내가, 친구 만드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거라고는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다. 일 관련해서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 가는 일은 오히려 어렵지 않은데, 가끔 밥먹고, 수다떨고 마음 편하게 속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특히나 직장이나 학교 같이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데도 친구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다시 친구 사귀는 방법을 배운게 아닐까. 먼저 연락하고, 시간내서 만나고, 요즘 좀 뜸했나 할 때 또 연락하고. 확실히 어렸을 때의 친구 사귀는 과정과는 배경도, 방법도, 이유도 다르지만, 친구라는 건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