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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괜찮지 않은 요즘

    제목 그대로, 괜찮지 않은 요즘. 회사에서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 하는 동안도, 일을 하지 않는 동안도 보이지않는 부담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종일 긴장된 상태가 이어지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제는 생각할 힘과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직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다른 의미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달까. 초반에는 런던을 즐길 의욕이 넘쳐났는데, 요즘은 어떤 것도 재미가 없고,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우울감을 극복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보지만, 왜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나름 힘들 때도 자정 능력이 좋다고, 의욕과 성실함으로 모든 걸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기에, 지금의 내 ..

    19 - 이직 4개월 차 회고

    이제 이직 4개월차. 오히려 초반 2-3개월은 내가 모르는 부분들을 인정하고 새로 배워가고 시도해가는 기간이었는데, 3개월차가 지나도 아직 이 팀에서 어떻게 일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어렵다. 3개월차 퍼포먼스 리뷰를 했고,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도, 개선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리뷰를 받고 나서도 더 막연해진 회사생활과 나의 커리어에 대한 생각들. 팀원들이 지적한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고 하면서도, 아직 '내가 뭘 모르는지 명확하게 모르겠다'는게 제일 큰 문제같아서 적어보는 이직 4개월차의 회고이자, 반성록이자, 앞으로의 계획. 🤔 팀 내에서의 의사결정과 필요한 곳에 input 받기 이 팀에서 처음으로 작은 기능을 하나 디자인해서 곧 론칭을 앞두고 있다. 디자인 자체는 어려울게 없었는데 모두 ..

    AI툴, 맥락과 의도의 시대

    AI가 불러온 소프트웨어 대개방의 시대 요즘 AI에서 가장 큰 화두는 아무래도 MCP가 아닐까. MCP는 Model Context Protocol의 약자로, AI 모델들이 다른 서비스의 정보를 문맥으로 가져와서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그 정보를 쉽게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약속이자 규격이다. 예를 들면 Figma의 디자인을 MCP를 통해서 개발 인풋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Supabase같은 데이터베이스 툴의 MCP를 통해서 접근하려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조나 보안 정보를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말하자면 정보간의 USB 호환성을 하나의 약속으로 정한 것이다. 너무나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MCP 서버를 제공하기 시작하는게 참 흥미롭다. 보통은 일종의 lock-..

    디자인 시스템 구경하기

    요즘 매일 하나씩 디자인 툴, 개발자 툴, 디자인 시스템, AI 등 주제의 영상이나 기사를 하나씩 챙겨보는 중이다. 짧게나마 각 컨텐츠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여기에 남겨볼 예정. 나는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하는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디자인 시스템이 구축되고 관리되는지에 대해 더 알고싶어서 찾아보는 중이다. 디자인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는지는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만, 이걸 구축하고 관리하고, 특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위해서 스펙부터 Best Practices나 패턴까지,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기록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는지를 이제서야 서서히 깨닫고 있다.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고, Documenta..

    런던 미술관 기행 - Sir John Soane Museum과 V&A East Storehouse

    매주 주말 최소 1개의 전시나 미술관을 다니는 요즘. 그 중에서도 너무 좋았던 미술관 하나와 정말 실망했던 미술관 하나가 있는데,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흥미로운 것 같아서 묶어서 남겨보는 후기. 시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콜렉션 - Sir John Soane Museum정말 좋았던 미술관은 Sir John Soane Museum. 건축가이자 수집가였던 John Soane의 유언을 따라 그의 집을 그가 생전 콜렉션을 보관해둔 대로 복원해서 대중들에게 개방을 했다. 그가 참여한 건축 프로젝트의 건축 모형부터 다양한 조각과 그림들이 집안 가득 채워져있다. 말그대로 집안 가득. 일반적인 미술관처럼 미술 작품들을 하나 하나 보기 좋게 '진열' 해둔 것이 아니라 거의 그 집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닥다닥 ..

    18 - 벌써 6월

    벌써 6월. 한 해의 중간 지점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고, 런던에 온지도 3개월 차가 되었다. 체감상으로는 더 길게 느껴진다. 초반 이 곳에서의 삶을 세팅하고, 회사 일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부지런히 런던을 구경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인가보다. 아직도 남은 해야할 일이 잔뜩이고, 회사 생활도 아직 삐그덕거리고 있지만, 6월은 조금 더 부지런하되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차근차근 헤쳐나갈 수 있길. 특히 3개월찬데 아직도 새로운 일이 어려워서 지난 몇 주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음을 먹는다고 뚝딱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최근에 새롭게 만났던 디자이너들 모두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직장에서의 3개월은 아직도 여전히 짧은 시간이라고 마음 편하게 먹으..

    17 - 나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해

    입사 2개월차, 일과 사람들에 익숙해지는 듯 하면서도 아직 너무나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드는 요즘. 사실 그 누구도 부담을 주진 않는데도 혼자 만들어낸 그 부담감 속에 눈앞의 일들, 작은 일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요즘. 긴장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마치 회사 노트북 속 세상과 사무실이 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출근 전, 퇴근 후 기분 전환하러 공원을 자주 가게 된다. 그 너른 공원을 거닐다보면 그제서야 내 밖에 존재하는 세상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노트북 앞의 내가 굽은 자세로 웅크려서, 뭔가 해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머릿 속에서 보인다. 어찌나 안쓰럽고 딱해보이는지. ..

    나만을 위한 스케줄러 만들기 1 - 혼자쓰는 PRD

    메모, 하루의 스케줄, 습관, 감사노트, 할 일, 올해의 목표, 단기 목표... 기록하고 관리하고 싶은게 많은데 맞는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요즘. 사실 이 모든 건 서로 연결되어있기도 하지만, 막상 이 모든걸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툴은 없다. 그래서 이런 기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Notion에 개인화된 템플릿을 만들기도 하고, 결국은 제일 Raw 한 게 최고라며 Google Spreadsheet나 Apple notes로 돌아가는게 아닌지. 나 또한 Notion으로 새해 목표나 단기 목표, 업무 일지 등을 적어왔지만 불편한 지점들이 몇 가지 있어서 꾸준히 쓰지 못하고 있다(핑계일지도?)그래서 나만을 위한 스케줄러를 만들어볼까 생각하면서,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이런 저런 생각들을 기록해보기로. 혼자..

    16 - 일상의 회복과 재구축

    이제 런던에서 지낸지 2달이 다되어간다. 이사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이벤트들이 있는 바람에 하루하루의 밀도가 높아 체감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길게 지낸 듯한 기분. 정신을 놓고 살다가 이제야 다시 머릿속에 여유가 생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 덕분에 이번주에서야 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지, 하고 정신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쓴다던 다짐, 새해 목표들, 평소의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못한지 두 달,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돌아간다'라고 표현했지만 환경이 바뀌고, 지금 해야할 것들이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은 이전의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일상을 구축해야하는 요즘이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당연하고도 편안한 ..

    15 - 관광객와 로컬 그 경계에서

    런던 1주차. 지하철이나 택시 타는 것, 필요한 물건 사는 것, 하다 못해 길 건너는 것 마저 헤메는 아직은 너무나 서툰 관광객 모드다. 특히 얼마나 많은 곳에 바보 비용을 냈는지, 굳이 비싼 돈 내고 장보고 온 거, 공항에서 지하철 타면 더 빠르고 싸게 올 걸 20만원 가까운 금액으로 택시타고 온 것... 억울하지만 이 첫 한달의 바보비용을 내야 이 곳에 살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지내보려고 애쓰고 있다. 길 건널 때도 왜 어떤 신호등은 반대편이 아닌 내 쪽에 빨간불 / 초록불이 켜지는건지, 왜 로컬들은 아무도 신호등을 안지키는 것 같은지, 태연한 척 하지만 모든 순간 동공지진 중이다. 그리고 영국 발음... 솔직히 한 50%는 못 알아 듣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관광객 모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