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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이제 스마트폰의 화질은 화소가 무의미할 만큼 퀄리티가 좋아졌고, 덕분에 DSLR이나 미러리스같은 카메라도 들고 다니는 게 유난스러워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새로 산 미러리스는 집 안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필름카메라를 더 많이 들고 다녔다. 무겁기도 무겁고, 필름값이며 현상이며 돈은 돈 대로 나가는데 이상하게 더 손이 간다. 아직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담아내는게 쉽지가 않아서 36장짜리 롤을 찍으면 실패하는 사진도 많은데도, 한 3장 정도가 정말 마음에 꼭 들어서, 계속 필름 카메라를 시도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빛에 예민해서 낮에 들고 나갔다가도 흐리거나 어두워지면 거의 건지는 사진이 없어서, 들고 다니는 빈도에 비해서 많이 찍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빛만 조금 좋으면 필름 카메라 생각이 간절해진다. 아직은 말로 왜 필름카메라가 좋은지 설명은 못하지만, 필름카메라의 사진들은 묘하게 마음이 가고 어딘가 아득하고, 소중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디지털 사진의 차이는 실제 종이에 출력을 했을 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한 때 사진들을 모아서 간단하게 포토북으로 출력을 해봤는데, 디지털 사진들은 분명 인스타에서는 예뻤는데 어두운 부분이 뭉개지기도 하고 그냥 화면상으로 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매력이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사진들은 사실상 필름을 현상해서 디지털로 스캔을 뜬 것을 출력한거라서 이것도 결국은 디지털 데이터인데도 종이 위에서 이상하게 빛나고 훨씬 아름답다. 

 

매 롤마다 몇 안되는 빛나는 사진들을 모아 모아 책이나 액자로 만들어 둘 설렘이, 오늘도 어깨를 혹사시키며 필름 카메라를 들고 나갈 이유 중 하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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