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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ify 왜 안써요? Spotify, 음악 추천 이외의 장점들

Spotify 팬의 넋두리. 왜 안써요 Spotify?

 

Spotify, 왜 안써요?

내가 사랑하는 서비스를 적극 영업하는걸 즐기는 사람으로써, 최근에도 친구 한 명을 Spotify로 이끌면서 든 생각. 아아아, 다들 왜 Spotify 안써요? 물론 내가 다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다 써보고 본격적으로 비교해서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Apple music, 지니를 거치고 Spotify로 넘어왔을 때, 다시는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거의 2년 남짓한 기간을 쓰면서, Spotify가 아닌 스트리밍앱을 건드릴 때면 화가 날 정도다. 친구에게 '너 왜 Spotify 안써?!'라고 외치다가 문득 검색해보니,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21년 6월 기준으로 Spotify의 한국 점유율은 상당히 낮다. 

출처 : 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1136/

 

이용료 문제가 제일 클 듯 하다. 통신사 할인으로 제공되는 음원 서비스를 이용해서, 원하는 가격대의 서비스에서 원하는 음악을 찾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이용하던 계정을 이어쓰고 있어서, Spotify Family Plan (6명이서 17달러 정도.)을 이용중이라서, 한달에 약 3000원 정도를 낸다. Spotify가 제공하는 경험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Spotify가 한국에서는 제한된 요금제, 개인 10900원, 듀오 16350원, 딱 두 가지 옵션만 제공을 하고 있다. 친구와 나눠쓴다고 해도 약 8000원 돈을 내야하니, 통신사 할인이 되는 서비스들에 비교하면 저렴한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다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다른 한국 음원 서비스들도 그렇게 싼건 아닌데..? 

해외에선 유명해도 한국에선 생소한 서비스이고, 처음에는 한국 음악도 별로 없다는 이미지가 있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멜론의 '탑백차트'가 한국의 음악 생태계에선 중요한 요소이고, 아이돌 팬들의 '스밍문화'도 멜론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당신이 음악을 듣는 '경험'을 더 중요시 여긴다면, Spotify를 꼭 써봤으면 좋겠다. 친구들한테 영업할 때 소개한, Spotify의 장점들을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소개하고, 영업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Spotify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저 순수히 그 프로덕트를 존경하고 애정하는, 디자이너 팬이다. 

 

Spotify 노래 추천이 그렇게 좋다던데?

맞다. 노래 추천이 정말 잘 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만 모아서 듣다가도, 새로운 노래를 찾을 수 있는 상황별 플레이리스트나, 내 취향 기반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내가 반복해서 듣는 노래만 모아주기도 한다. 장르별 Mix나 가수별 Radio 플레이스트도 내 취향에 맞게 구성된 리스트들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적재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아티스트의 노래만을 하루종일 듣고싶은게 아니라는 것을 Spotify는 안다. '적재 Radio'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 적재 노래와 함께 내가 좋아할 법한 노래들이 나오고,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아티스트, 새로운 노래들을 접하게 된다. Daily Mix는 내가 자주 듣는 아티스트 몇 명을 묶어줘서, 내가 저 중에서 오늘 듣고싶은 조합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Spotify를 사랑하는 이유. 이 서비스 만든 사람들, 노래를 '어떻게' 듣는지 안다.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Spotify의 기능들을 보면 이 프로덕트는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를 고민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음악 스트리밍 앱을 떠올리면 음악을 찾고 이어폰으로 혼자 듣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는 음악을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듣는다. 어떤 친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음악이 필요하고, 휴대폰에서 듣다가 스피커로 옮겨 듣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음악이 나오고 있는 기기와는 멀리 떨어져서 볼륨을 조절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아놓았지만 그 노래들이 질리기도 하고, 요즘은 잘 안들었지만 예전에 들었던 노래들이 내 취향에서 멀어진 건 아니다. 

Spotify는 이런 점들을 잘 이해하고 만든 것 같다. 단순히 내가 좋아할 법한 노래만 추천하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 Blend 기능 : 나 혼자 들을 때의 플레이리스트와 친구와 함께 있을 때의 플레이리스트는 다르다. 

내가 인디를 주로 듣는 사람이지만, 친구와 같이 있을 때도 인디만 듣겠다고 고집하는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락을 좋아하는 친구가 왔다고 내가 직접 '너와 내가 좋아할 법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틀어놓자!' 고 할 만큼 정성스러운 사람도 아니다. Spotify의 Blend 기능은 친구를 초대해서 나와 그 친구가 둘다 좋아할 노래들로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요즘 친구와 같이 재택을 할 때 너무나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기능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가 번갈아 나오기도 하고, 같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이 나와서 정말 좋다.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접하면서 나름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굳이 함께 있을 때가 아니여도, 친한 친구와 만들어둔 Blend 리스트는 이 친구가 요즘 어떤 노래를 듣는지를 알게 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상도 해본다. 오피스의 모든 사람들이 Spotify 유저라면 '저... 음악 좀 틀어놓을까요?'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계속 나오는게 아니라 오피스의 모든 사람들의 취향을 적절히 섞은 노래가 나오고, 나아가서 Uber같은 공유 차량을 타면 드라이버와 내 취향이 섞인 플레이리스트가 나오는 미래가 금방 오지 않을까? Blend 너무 좋아!

 

- 이 플레이리스트 느낌 좋은데, 좀 질려. 비슷한 플레이리스트 없나? Enhance 기능과 비슷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기능.

같은 Spotify 유저들도 앱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나는 괜찮은 노래들은 '좋아요'를 눌러놓고, '좋아요' 모음을 주로 틀어둔다. 하지만 가을 타고 센치해질 때는 그 노래들 중에서 분위기 맞는 노래들만 묶어서 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놓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 마실 때 틀어놓는 용 플레이리스트를 묶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 플레이리스트가 질리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그 때 유용한 것이 Enhance 기능과 비슷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기능이다. 

Enhance는 플레이리스트를 한 번 '확장'해주는 기능이다. 비슷한 노래들을 더 넣어주는 것이다. 원래 넣어둔 노래들이 계속 나오면서도 중간중간 그 분위기에 맞게 새로운 곡들이 나오다보니 정말 유용했다. 비슷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기능은 비슷한 분위기에서 아예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준다. 내 취향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는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의 취향을 기반으로 새롭게 추천을 해준다는게 유저들이 어떻게 Spotify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거기서 어떻게 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 Spotify Connect. 휴대폰에서 스피커로, 스피커에서 노트북으로. 기기 간의 손쉬운 전환과 조절. 

사실 내가 느끼는 Spotify의 최대 장점은 이 기능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기기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거기에 스마트 스피커, tv 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바이스는 엄청나게 많아졌고 덕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결국 이 기기들은 다 서로 단절되어있다. 하지만 Spotify는 스마트폰의 앱 따로, 태블릿에 앱 따로, 모두 다 따로 연결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Spotify Connect는 같은 계정,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된 디바이스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예를 들어 내가 스마트폰에서 듣다가 노트북에서 듣고싶으면 스마트폰 음악 끄고 노트북 앱 열어서 새로 트는게 아니라, 스마트폰 앱에서 다른 장비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블루투스 스피커라면 더 편해진다. 블루투스 설정 들어가서 블루투스 연결해서 음악을 트는게 아니라, wifi에 연결된 스피커라면 리스트에 바로 뜨고, 노트북이나 모바일에서 바로 그 스피커를 선택해주면 된다. 그냥 몇 번의 클릭을 줄이는 것 같아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단계를 절약하게 된다! 

나는 주로 집에서 구글 홈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두는데, 이 경우 모바일이나 노트북에서 바로 음악을 틀고 장비를 구글 홈으로 선택해주면 된다. 블루투스 세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정말 편하다. 내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스파커에 음악을 틀었어도 스마트폰으로만 음악을 컨트롤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내 노트북의 앱에서 음악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기능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최고다. Spotify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앱의 경험이 딱 이랬으면 좋겠다. 

 

- 요즘 듣는 노래, 예전에 많이 듣던 노래, 나의 음악 취향.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 

개인의 음악 취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요즘 듣는 음악은 계속 변한다. 음악이 쏟아져나오는 세상에서 새로운 노래들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다른 장르에 꽂히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노래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몇십년 거쳐온 모든 취향을 섞은 결과가 지금 내가 듣고싶은 음악은 아니다. 그런 점을 Spotify는 잘 구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인의 추천들은 최근의 내 음악 취향을 기반으로 해주지만, Spotify가 만들어주는 플레이리스트 중에서는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들만 들려주는 플레이리스트, 내가 지금 반복해서 듣는 노래들, 내가 예전에 반복해서 듣던 노래들, 여름의 노래, 올해 많이 들은 노래, 작년에 많이 들은 노래 등의 플레이리스트도 제공한다. 정말 섬세하게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를 이해한다는 인상을 받는 부분이다.

Spotify가 '취향에 맞는 추천'을 잘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위의 기능들을 살펴보면 취향 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추천'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음악 취향이 좀 더 전반적인 개념이라고 본다면, 그 안에서 어떤 상황에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있는 프로덕트가 바로 Spotify다. 

 

One more thing...

가끔씩 Spotify가 제공하는 재미있는 컨텐츠가 있다. 연말에는 올해 내가 많이 들었던 가수나 노래에 대한 결산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하고, 내 음악 취향에 대해 설문조사하듯이 몇 가지 질문을 해서, 그 대답을 기반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일반적인 서비스들에서 하는 컨텐츠랑 비슷하겠지만, Spotify가 그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 디자인, 구현, 모든 게 완성도 높은 경험으로 제공된다. 예쁘다는거다. 

거의 충격적이었던 컨텐츠가 하나 있는데, 'Only you' 이다. 'Nobody listens like you'라는 태그라인으로 소개되었는데,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내 음악취향에 대한 컨텐츠를 Instagram story같은 포맷으로 보여줬다. 그 중 한 질문이, '당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불러서 저녁 만찬을 할 수 있다면, 누구를 초대할래?' 라는 질문이었다. My Dream Dinner Party를 구성해보라는 질문에 대해 내가 아티스트들을 고르고, 마지막에는 내가 고른 아티스트들과의 만찬이 준비되었다는 말로 새로운 Mix들을 만들어준다. 

사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라는 평범한 질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 황홀한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질문과 그 스토리텔링 방식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나의 저녁 만찬에는 Ennio Morricone와 이소라, 섹후땡이 초대되었다. 세상에.)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그 만찬을 상상하고 듣는 플레이리스트는 그냥 내가 자주 듣는 음악으로 만들어준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Spotify야 말로 정말 음악을 듣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 지점이다. 

 

 

Spotify, 왜 안써?

열심히 왜 내가 Spotify를 사랑하는지 열변을 토해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전혀 Spotify와는 관련이 없는, 그냥 팬이다. 약간 덕질과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왜 좋은지 세상 사람들이 더 알아주면 하는 마음인 것 처럼, 세상 사람들, Spotify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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