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또 연말이 다가오고, 글쓰기라는 목표는 또 흐지부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또 해보려고 다시 마음을 잡는 이유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왜인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무기력한 요즘, 그냥 내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에 형체를 만들어주고, 뿌연 침전물들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하다. 오히려 새해 결심이랍시고 의욕이 가득할 때가 아닌, 한 해가 저물어갈 때 도전을 하는 일종의 빈집털기랄까. 이정도 낮은 의욕일 때 시작해야 오래가겠지.
누군가가 볼 수도 있는 온라인의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몇 번이나 마음먹고 실패해왔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나의 (없는) 지식과 경험, 인사이트를 나눠야할것만 같은 부담감이 가장 컸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 만큼은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라고 접근하지 않고, 그저 내 요즘의 생각에 제목을 달아보자, 정도로 생각하기로. 평소에는 온라인에 내 작업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는 영어로 인스타나 트위터에서 소통을 해왔지만, 영어로 이 표현이 맞나, 저 표현이 맞나 생각하기보단 지금은 그냥 글쓰는 즐거움 만을 위해, 나를 위한 기록들을 쌓아가고싶다.
글을 쓰는 일이 해야하는 일이 아닌,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물 한 잔 같은 일이 되면 좋겠다. 가볍고, 하고나면 상쾌한, 결과물을 위해서가 아닌 그 과정에서 생각을 다듬고 나를 가라앉히는 일이 되길. 그런 의미에서 허들을 낮추고자, 3문단, 한 장의 이미지, 30분 안에 쓰는 주간 에세이처럼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