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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취향에 대하여

내 취향의 집합체 같은 나의 작업실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생기는걸까. 취향이라는 많이 쓰지만 무엇이 개인의 취향을 형성하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왜 이런 우중충한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무엇이 내 선반에 올라간 물건들을 고르게 만들었는지, 집에 둘 화분을 고를 때 마저도 어떤 식물은 마음에 들고 어떤 식물은 별로라고 생각하게 되는지 말이다. 어린 시절에 접한 것들부터 최근에 접한 것들, 가치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다 맞물려서 나오는, 한 두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 안의 일종의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일 것이다.

최근에 'Filterworld' 라는 책을 읽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이면에 대한,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미뤄오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알고리즘을 통해 문화를 접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취향이 평준화되고, 창작하는 사람들마저 그에 맞게 창작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알고리즘이 무언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알아보는 과정에서의 마찰을 줄여주어서 편해졌고, 볼만하고 들을만한 안전한 옵션들만을 제공해서 실패할 확률은 줄어주었으니 장점도 있다. 하지만 사실 개인의 취향은 무언가를 알아가고 파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그 뒤의 의미를 아는게 경험에 더 깊은 풍미를 더하는데, 그 과정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취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새로 접해보지 못한 것을 음미하면서 그 새로운 경험에 ‘놀라는 경험’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내가 더 새로운 것을 찾아서 읽고 듣고 보지 않는 것이 SNS나 Spotify, Youtube같은 편리한 서비스들 탓은 아니다. 그 덕분에 얼마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는가. 결국 내 취향을 다듬어나가고 확장하는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편리함에서 가끔 벗어나서 가지 않던 곳, 보지 않던 것을 시도하고, 새로 발견한 작업의 작가가 누구인지, 이전 작업이 무엇인지 파고 들어가보는 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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