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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운동을 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차이

KIBLIND Atelier Simon Bailly - Roland-Garros

 

혼자 러닝을 한다던지, 복싱에 가서 혼자 샌드백을 친다던지, 혼자 묵묵히 그 날의 운동을 끝내고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폴에 온 이후로는 그런 혼자 하는 운동 시간이 반, 코치가 하는 수업을 듣는 운동 시간이 반이다. 내가 사는 콘도에 테니스 코트가 있어서 레슨을 신청하면 코치가 직접 와서 수업을 해줘서 테니스도 배우고, 평소에 하던 복싱을 계속 하고 싶은데 싱가폴은 아무 시간대나 가서 시설을 쓰는 복싱장보다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신청해서 가야되는 식이라서, 복싱도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혼자 편한 시간에 가서, 조용히 생각 정리 하고 오는 맛으로 운동을 했다보니, 처음에는 운동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미리 일정을 잡아서 가야하고, 옆에 계속 코치가 보고 있으면서 디렉션을 주니, 아무 생각없이 운동을 가는 이전과는 다르게 괜히 부담도 되고 귀찮았다.

 

하지만 코치들이 해주는 내 자세나 움직임에 대한 지적을 의식하고 좀 더 고치려고 하니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피드백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분명 운동에 대한 지적인데도 가끔 그 말이 내 일을 대하는 자세나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와도 겹쳐 들려서, 괜히 마음도 다잡게 되는 것이다. 복싱을 하면서 아무리 지쳐도 상대방 앞에서 지친 티를 내지 말고, 지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속이라는 이야기, 테니스를 하면서 공이 올 때는 빠르게 판단하고, 그 판단과 결정에 fully commit 하지 않으면 내 동작에 흔들림이 생긴다는 이야기. 운동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들은 결코 아닌 것 같아서, 내 자세에도, 또 내 마음에도 그 말들을 새기게 된다. 

 

운동을 혼자 할 때는 조용히 내 속을 들여다보게 되지만, 운동을 배울 때는 내 생각의 반경 밖에 있던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아서, 또 그 나름의 묘미가 있구나, 하고 그 두 가지의 균형을 즐기는 요즘이다. 어떻게 보면, 일을 하다보면 학생 때 처럼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일은 없는데, 그나마 운동에서 그 배움의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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