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9 - 헤어짐은 언제나 어려워

오퍼가 공식적으로 나오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빨리 받아야 퇴사 선언도 하고 이사 준비도 시작할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모든 일이 서운할 정도로 일사천리다. 퇴사 선언이 밈처럼 홀가분하고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이 이직이 옳은 선택일까, 적응이 된 이 울타리를 벗어나는게 긴장되고, 특히 약 3년을 함께 일한 팀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들의 서운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다른 사람들이 퇴사를 할 때 그 소식을 들으면서 괜히 싱숭생숭했던 그 기분을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어떤 기분일지 이해가 가서 더욱 더 미안하다. 한 명은 심지어 울어서, 나도 울 뻔 했다. 이렇게 퇴사 선언이 홀가분하지 않을 줄이야. 

 

이사 날짜도 일사천리로 잡혔다. 이사 의사를 밝히고 하루만에 누가 집을 보러 왔고,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이틀만에 다음 세입자가 정해졌고, 내 이사 날짜도 약 한 달 후로 정해졌다. 이사 날짜가 잡히고 나니 싱가폴에서 나에게 남은 시간이 선명하게 보여서, 아 정말 떠나는구나 실감이 난다. 자주 오던 카페도, 이 지긋지긋하게 더운 날씨도, 반짝이는 수영장도, 다 몇 번 남지 않았겠구나 싶어서 괜히 더 눈에 새기게 된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던 싱가폴이었는데, 모든 게 아련하다. 무사히 이 곳에서의 생활을 마쳤다는 사실에 이 곳에서 만난 모두에게 감사하고, 놀랍게도 '그리울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다신 동남아 올 일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던 최근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리울거다. 이 마음 뭐지! 당황스럽다. 

 

싱가폴에서의 남은 한 달. 더 만끽해야지. 

 

 

728x90

'week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 호크룩스같은 공간들  (0) 2025.01.22
10 - 봤던 영화,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건  (4) 2024.12.16
8 - 계절이 그리워  (1) 2024.11.28
7 - 운동을 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차이  (0) 2024.11.17
6 - 일상의 조각들  (4)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