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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호크룩스같은 공간들

약 1년만의 서울. 돌아왔는데도 돌아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 며칠을 보내다가, 일주일차가 된 오늘에서야 내가 가장 사랑했던 카페,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에 왔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벅차오르는 마음에 크게 한 숨을 들이마셨는데, 여기에 두고 온 내 영혼이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로, 내 안의 무언가가 다시 채워진 기분이었다. 이 공간을 떠나있었던 시간이 무색하게, 내가 자주 앉던 그 자리에 앉으니 내가 있어야할 곳에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바뀐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 위치는 묘하게 맘에 들진 않지만...) 

 

이 말을 들은 친구 두 명이나 똑같이 그 카페가 니 호크룩스냐는 농담을 했다. 그 농담을 들으며 이 공간이 파괴되는 상상을 해보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크룩스라는 판타지 속 비유가 이렇게 찰떡같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내 안의 무언가 사라진 기분이 들 것 같다. 정말 우리는 우리가 깊게 사랑하는 공간에, 물건에, 사람에, 추억에, 나의 일부를 남겨놓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만난 나의 일부, 작업을 하러 왔건만, 이 공간에 돌아오니 드는 여러 감정과 여운에 취해서 앉아있게 된다. 

 

이 카페를 이토록 사랑하는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내 주변 모든 친구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고, 나도 아직 명확하게 정의내리지는 못했다. 그저 나는 꽤나 널찍한 이 공간이 어둠과 고요함으로 가득 차는 평일의 시간들에서 사색하고 작업하는 방법을 배웠고,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같은 조명과, 이 공간과 한 몸 인듯한 음악 아래에서 내 생각이 가장 선명하게 들린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한 다른 공간들도 이 공간을 닮아있었고, 이런 요소들을 내 공간에도 담아보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나의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되어버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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