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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다큐 추천] Five Seasons: The Gardens of Piet Oudolf /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뉴욕 High Line의 조경 디자인을 맡았던 네덜란드의 정원 디자이너.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싶었는데 정말 어느 플랫폼에도 풀려있지 않고, 홈페이지에는 단체 상영 신청같은 거만 가능해서 보고싶은데 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피크닉 미술관 들렸다가 상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볼 수 있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지금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다큐멘터리이니, 가서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전시와는 별도여서 따로 시네마 예매를 하고 가면 된다. 전시는 안봤다. 좀 교육 전시같은 느낌이 강해서... 근데 도대체 왜 안풀어주는거야... 구매할 의향도 있는데

 

우연히 피크닉을 들렸던 날의 사진. 공식 포스터보다 피크닉에 붙어있는 저 포스터가 더 멋지다. 구매할 수 있다면 했을텐데, 굿즈가 없는게 아쉽다. 

 

 

식물로 풍경을 디자인하는 사람

피트 아우돌프의 다큐나 책을 보고싶게 만든 건 아래의 이미지였다. 유화는 한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화폭에 물감으로 펼쳐내고, 디자인도 당장에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사용될지, 이런 것들을 고민해서 만들어내는데, 풍경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작업일까? 계절에 따라 식물이 피고 지고, 성장 상태가 달라질 것이고, 그 곳의 기후나 토양에 따라서도 고려할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질 것이고, 그 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질텐데, 그 풍경을 디자인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아래의 이미지 속 색색의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자신의 머릿속의 정원을 펼쳐내는 거친 손에 눈이 갔다. 그 손의 주인의 삶과 생각이 궁금해졌다.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싶게 만들었던 이미지. 각 계절의 정원의 풍경을 상상하고 그려내고 계획한다는건 어떤 일일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식물을 찾고, 직접 자신의 후멜로 집에서 길러보면서 그는 그의 팔레트를 만들어냈다. 꽃이 피지 않아도 아름다운 야생 식물들을 포함해서 경험으로 쌓은 자신의 팔레트를 통해서 그는 머릿속의 풍경을 상상하고, 스케치에 그려낸다. 우리 눈에는 버드아이뷰로 봤을 때의 식물의 위치 정도만 보이지만, 그의 머릿 속에서는 각 계절의, 사람의 눈높이에서의 풍경이 보이는 듯 하다. 

 

저런 스케치를 통해서 심어진 식물들이 시간이 지나 자라나고, 이런 풍경이 된다.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하는 정원 - 만들어진 야생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몇 달 전에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라는 곳에 놀러간 적이 있다. 원래 그런... 만들어진 관광지 이런거 안좋아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별로였다. 이름과 달리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아침시끌벅적수목원 정도였다. 당연히 계획하고 만들어진 수목원이니 꽃이 화려하고 정갈하게 피어있고, 피아노로 편곡된 클래식같은게 계속 나오는데... 마치 도심 한복판처럼 감각이 시끄러운 곳이었다.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은 그가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정원이지만, 만들어진 것 같지 않게 만드는게 특징인 듯 하다. 하이라인을 갔을 때도 사실 프로젝트 자체는 계획되고 누군가 어떤 식물을 심어야할지 계획은 했겠지만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냥 들풀이 핀 철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다른 정원들도 비슷하다. 그의 개인 그가 어디선가 경험했을 것 같은 야생의 들 한 구석을 가져온 듯한, 꽃이 피어있지 않아도, 어느 계절 속에서도 아름다운 정원들이 담겨있다. 보는 내내 그 식물들의 바람 스치는 소리가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다큐멘터리였다. 

 

추천 - 마음 속에 자연이 부족할 때

자연이 좋아지는 나이인가보다. 요즘은 카페를 갈 때도 탁 트인 나무가 창문으로 보이는, 그런 카페가 좋다. 서울에 살면서 이렇게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은 이런 가로수들, 한강 정도인 삶이기에 영상 속 정원들이 너무 반갑고 가고싶고 그렇다. 언제 가볼 수 있을까. 

 

 

https://vimeo.com/81833686

Five seasons: The Gardens of Piet Oudolf - Trailer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03553/items/3973660?area=ple 

 

네이버 예약 :: [시네마] 7월 예매

piknic cinema 피크닉 시네마 [현재 상영작]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FIVE SEASONS: THE GARDENS OF PIET OUDOLF 2021.4.24.-10.24. 화-일, 11/13/15/17시, *피크닉 <정원 만들기> 전시 기간 중 일 4회 상영됩니다.

booking.naver.com

위의 링크를 통해 피크닉 시네마 예약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극장이 아니라 피크닉 공간에 캠핑 의자와 식물들 사이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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