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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다큐 추천] Eames: The Architect and the Painter

봐야지, 생각하고 미뤄두던 다큐를 야금야금 보고 있다. 좋은 다큐들이 많은데 진작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야식처럼 하나씩 꺼내먹는 중이다. 디자인, 특히 제품이나 가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임즈 부부, 그 임즈 부부에 대한 다큐이다. 넷플이나 왓챠에도 없고, 비메오에는 제공이 안되는 지역이라고 해서 한참 미뤄왔던건데, 혹시나 해서 검색하니 유튜브에 누가 올려둔 풀버전이 있었다! (최대가 240p다...ㅎㅎㅎㅎㅎㅎㅎㅎ) 2011년에 만들어진거면 원본 자체가 240p는 아닐 것 같지만, 워낙 나오는 자료 영상들 자체가 해상도가 낮은 과거의 영상들이라서 생각보다 낮은 화질이 거슬리지 않았고, 내용 자체가 좋았다. 

 

Charles Eames and Ray Eames. 찰스 임즈가 미디어의 앞에 주로 서고 대표와 같은 역할이었지만, 미적인 감각은 레이 임즈에게 의존해왔다고 한다. 

 

 

삶 자체를 디자이너처럼 사는 부부 - Take your pleasure seriously 

그들의 삶, 작품보다 가장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건 그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 2차 세계 대전 이후 재료 조달이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대량생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재료들, 자재 카탈로그의 표준 자재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건축물이고, 사실상 그 재료의 조합이나 비례같은 구성적인 부분을 떠나서 보면 컨테이너 하우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을 그들 부부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로 채운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임즈 부부와 일하던 동료가 그 집에 저녁식사로 초대 받았을 때의 이야기를 회상하는데, 그 공간에 놓여진 식기의 조합들과 음식들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심지어 디저트로 나온게 말 그대로의 후식이 아닌, 맛이 아닌 그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는 '시각적인 디저트'로 화병 세 개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일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탐미하는 사람들이었는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디자인을 고민하고, 결과물을 위해 일을 하는 디자이너는 많지만 저렇게 삶 자체를 디자인하듯이,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될까. 

 

저화질을 뚫고 나오는 아름다움. 

 

Eames House

 

나는 임즈 부부의 가구보다 그들의 영화가 더 좋더라

나는 임즈 체어보다는 그들의 스토리텔링과 영상이 더 좋다. 그들의 대표작이라고도 이야기되는 Power of Ten은 가끔 자극이 필요할 때 일부러 틀어보는 영상이기도 하다. 그걸 보고 나면 내가 세상을 보는 축적이 한번 확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머릿속이 환기가 되는 느낌이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자신이 브랜딩 디자이너인지, UX 디자이너인지, 제품 디자이너인지, 한 분야의 전문성이나 스킬을 익히기 보다는 디자이너가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에 접근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고, 어느정도의 아름다움을 보고 만들어내는 눈과 손만 있다면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임즈 부부가 제일 좋은 예시가 아닐까. 

 

Power of Ten

https://youtu.be/0fKBhvDjuy0 

 

추천 - 마음 속에 영감, 열정, 감각, 디자인을 위한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들의 작업들보다 그들의 삶이 큰 영감이 되어주는 다큐다. 내가 가끔 Power of Ten을 꺼내보면서 내 세상에 대한 시야와 머릿 속을 환기시키듯이, 머릿 속이 복잡하고 뭔가 스파크가 필요할 때 보면 좋은 다큐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에 유튜브에 누군가가 올려준 풀영상이 있긴 하지만 화질도 좋지 않고 자막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 저화질을 뚫고 나오는 아름다움에 어느 샌가 시선을 뺏기고 열심히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어딘가 고화질 버전 구매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RElKUXH4VU&ab_channel=fabianalvarado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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