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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근육을 쓰는 감각

23년을 회고하면서 문득 깨달은 점이 있다. 23년의 목표나 계획들이 22년의 연장선에 있는 것들이 많았던 탓에, '새로운' 것을 배울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배움의 감각, 새로운 근육을 쓰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그 감각이 그리워졌다. 23년이 관성에 젖은 한 해처럼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다짐한 새로운 배움은 Swift UI와 아크릴페인팅 또는 유화. 

 

Swift UI를 이번주부터 강의도 들어보고, 예제 코드 보면서 배우고 있는데, 아직은 재미보다 하는 내내 '왜?'라는 마음이다. React에 이어서 두번째로 배우는 개발 언어인데, 기존에 알던 것과 겹쳐 보이면서 왜 다른지,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의문이 내내 든다. 아직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써야 하거나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많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특히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초반에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건데요?' 하면 '일단은 넘어가 나중에 알게 될 거야'라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그런 느낌. 그때는 참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굳이 처음에 모든 걸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는 없다. 나중에 알게 될 거니까. 

예전의 배움과 달라진 점은, 이젠 언제든 이해 안가는 부분을 물어볼 AI가 있다는 점. 요즘 코딩할 때 좀 복잡한 부분이나 스스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chatGPT로 질문해서 복붙하는 경우가 꽤 많다. Swift UI를 배우는 단계에서는 왜 에러가 생기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다. 확실히 선명하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그림만 있다면 코딩에 대한 허들은 매우 낮아진 듯. 그래서인지 이번에 배우면서도 구조적인 개념이나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위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chatGPT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을 기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물어봐야 할지만 알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AI 시대의 배움이라니. 

 

그림은 사실 아직까지도 집에 둘 마음에 드는 포스터나 그림을 찾지 못해서, 그냥 직접 그리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붓, 하다못해 연필을 잡아본 게 언젠지, 심지어는 사둔 물감을 펼쳐놓고 나서야 우리 집에 연필이나 샤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우개도. (요즘 문구점에서 연필과 지우개가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저번주엔 연필없이 이것저것 쓱쓱 칠해봤고, 이번주엔 연필과 지우개가 있으니 스케치도 하고, 살살 그려볼 생각이다. 

아크릴 페인팅 1회차, 붓을 잡는 것, 물감을 섞는 것, 붓이 종이에 닿는 그 부드러운 촉감, 모든 감각이 제목처럼 '새로운 근육을 쓰는 감각'이 깨어나게 했다. 항상 잡던 마우스, 키보드, 펜이 아닌 조금은 내가 아직 컨트롤하지 못하는, 그 붓의 감각과 움직임이 생경했다. 아직은 어떤 걸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종종 스크린에서 벗어나서 종이에서 물리적으로 흔적을 남기고 집안 곳곳을 채우게 될 상상을 하면 신이 난다. 못 그리면 어떤가, 이걸로 취업할 것도 아닌데. 천천히, 오래, 이 감각을 느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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