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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직장, 다음 나라에 대한 기준들

간만에 옆 팀에 계시는 한국분과 점심을 먹었다. 요즘 취미가 뭐예요? 라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이직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먹었건만, 한참의 침묵 끝에 '이직 준비요' 라고 말했다. 정말 일 이외에는 모든 시간과 생각이 이직 준비를 향해있기 때문에, 다른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말하고나니 속은 시원했다.

그렇게 온 시간, 온 정신을 쏟고 있는 문제이건만, 해답이 없는 문제같다. 지금까지의 작업,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의 나에 대해 온종일 생각하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고,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메꾸려고 애도 써보고... 하루종일 나라는 미로 안에 갖혀있는 느낌이다. 이야기 되고 있는 회사들이 몇 군데 있지만, 성에 차진 않는다. 최선일까? 나에게 맞는 다음 선택지는 뭘까? 나라를 바꾸고 싶다보니 더 어렵다. 싱가폴에서의 2년, 충분히 있을 만큼 있었다. 환경을 바꾸고 접하는 문화를 바꿔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싶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고자 써보는 나의 다음 직장, 다음 나라에 대한 기준들. 

 

일하고 싶은 곳

-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는 곳. 

-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 디자인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더 넓힐 수 있는 곳. 

- 배우고 따를 멘토가 있는 곳. 스타트업처럼 아직 초기 단계인 회사더라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나보다 경험있고 따를 만한 사람이 있는 곳. 

- 업계는 여전히 디자인/테크. AI 관련 툴 또는 hardware/software의 경계에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싶다. Web-based라면 내 지금 스킬셋과 경험을 많이 살릴 수 있으니 가능하면 그 쪽으로. 

 

살고 싶은 도시 

- 싱가폴은 자연과의 조화와 안전 등 정말 살기 좋은 도시였지만, 재미있는 도시는 아니였다. 좋은 공간, 전시, 볼거리, 행사, 네트워킹 기회가 많은 곳으로 가고싶다. 

- 내가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지만 싱가폴의 생활에서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의 맛도 알아버려서, 그 중간이면 참 좋겠다. 큰 도시 딱 경계 정도에 살면 좋겠다. 

- 하지만 일하고 싶은 곳이 딱히 원하지 않았던 도시에 있다면, 내 우선순위는 일이다. 도시와 환경은 따라오는 것일 뿐, 중요한건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과 업무가 중요하다. 어느 도시를 가던 난 퇴근하면 개인작업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의미없는 싱가폴 일상 속 사진 한 장.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도 2년이면 질리는 나...

디자이너는 결국 이렇게 이직 > 잠깐 안정 > 또 이직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와 포트폴리오 > 이직 > 잠깐 안정의 굴레에서 살아야하는걸까. 그 굴레를 깨기 위해서 개인작업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지만, 아마 평생의 고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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