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AI 하드웨어 춘추 전국시대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다시 봤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초' 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원형이고 아이폰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그렇게 느낄 뿐, 그 당시 스마트폰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휴대용 기기에서 컴퓨터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Blackberry처럼 이미 꽤나 독보적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디바이스도 있었다. 아이폰이 크게 바꾼 건 '인터랙션'이었다. 그 전 디바이스들은 키보드나 터치펜에 의존한 반면, 아이폰이 도입한 건 터치스크린을 통한 직관적인 인터랙션이었다. 이 이후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외의 브랜드들은 아이폰의 변주된 형태를 가져왔을 뿐, 큰 혁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아이폰은 누가 될까?

ChatGPT로 시작된 AI 열풍이 한창이다. 더 진화된 AI 모델을 위한 경쟁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떤 인터랙션과 하드웨어가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지에 대한 실험이 한창이다. Humane의 AI pin, Limitless, Rabbit의 R1, Brilliant Labs의 Frames 등 순식간에 여러 하드웨어가 쏟아져나왔지만, 결국 명확한 승자는 커녕, 리뷰에 의하면 모두가 패자인 듯 하다. 하지만 아직 너무나도 새로운 기술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이 아닌 여러가지 방법으로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가 아닐까. 지금의 하드웨어들은 최종판이 아닌 초기 버전에 불구하다. 특히 아직 Google, Apple, Samsung, Microsoft 등의 대기업들이 이 하드웨어 전쟁에는 적극적이지 않고, 기존의 운영체제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누가 승자일지는 모르겠다. 승자를 이야기하기엔 아직 모두가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듯 하다. 

 

다양한 초기 AI 하드웨어들


(조금 질문을 바꿔서), AI가 나왔다고 새로운 하드웨어가 생겨야 하는 걸까? 

여러가지 견해가 존재하겠지만, 나는 생겨야 '한다' 보다는, 생길 '수 있다' 라고 본다. AI 모델들 자체가 기존 디바이스에서 사용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AI 툴이나 서비스가 기존 디바이스에 적합하게 개발될 것이다. ChatGPT와 그와 유사한 서비스들만 봐도, 기존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 인터페이스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가장 최신 모델인 ChatGPT-4o (omni)의 데모를 보면 AI가 더 다양한 인풋을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AI가 마치 영화 Her의 Samantha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보는 것을 이해한다. 이전 텍스트 기반의 ChatGPT가 글자 말 그대로의 의미만 이해하고 전달했다면, GPT-4o는 대화하는 목소리의 톤과 뉘앙스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건 기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개발이 되겠지만, 아이폰이 혁신을 가져왔듯이, 누군가가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큰 변화의 문을 열어준 것 같다. 그 문에서 누가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 이 AI 하드웨어의 춘추천국시대가 끝나고, 아이폰처럼 새로운 기술의 원형이 되지 않을까. 

 

영화 Her의 디바이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