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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 폰트 - 8x8, 그 제한된 공간 속 무한한 표현들

Config 2024를 갔을 때, 만난 사람들에게 어느 토크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픽셀 폰트 토크!' 라고 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세션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갔는데, 이제야 생각이 나서 찾아봤다. Figma의 Design director인 Marcin Wichary의,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이 좋지 않았을 때 사용되던, 한 글자 당 8x8 픽셀 안에 그려지는 픽셀 폰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의 디스플레이는 일부러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이상에야 깨진 픽셀들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선명하고 촘촘해졌는데, 이 세션에서는 과거 아이팟, 예전 컴퓨터 GUI, 게임 그래픽에서 사용되던 폰트들을 소개한다. 

8x8. 한 글자 당 64개의 픽셀 안에서 대문자, 소문자, serif, san-serif, italic, bold, handwriting 등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은 뭐라고 정의내리기도 힘든 sci-fi체 등 정말 독특한 방식의 스타일까지 있었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서 입체감이나 효과를 내기까지 했다는 걸 보면 경의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시대의 열악한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느껴지는 감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Marcin은 픽셀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인터페이스는 단정해졌지만,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무언가를 잃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 흐릿하고 화면들 속의 픽셀들의 움직임과, 어두운 화면 속 영화에서 오는 그 분위기와 상상력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워야했던 그 감성이 단순히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만의 그리움은 아닐 것이다. 그걸 겪지 않은 세대마저도 필름 카메라, 오래된 영화, 그 시절의 게임 화면의 감성을 탐미한다는 것은, 실제로 그 픽셀들에 사람들을 매료하는 무언가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건, Marcin이 실시간으로 관객들에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링크와 qr코드를 공유했던 인터렉티브 폰트 메이커! 사람들이 그린 픽셀 폰트가 강연장에서 실시간으로 모아지고,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해보고, 얼마나 다양한 폰트가 그 순간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은 내가 저 세션을 실시간으로 듣지 않았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었다. 이 실시간 화면을 컨트롤 하는 Marcin은 그야말로 DJ같았고 (Visual을 다뤘으니 VJ일까), 내내 감탄하게 된 건 픽셀 폰트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이런 일종의 시각 실험까지 진행한 그의 깊이와 디자인 너드 미가 ㅋㅋㅋㅋ 너무 대단했다. 하나를 깊게 파는 사람은 이렇게나 대단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강연을 보는 내내 이 다양한 폰트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그 화면 전환들까지 정말... 내내 감탄하면서 봤다. 이 토크의 울림은, 픽셀 폰트에 대한 경외로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경외로움의 90%는 그의 스토리텔링과 비주얼이 만들어냈다고 본다. 

 

 

26분의 짧은 토크이니 꼭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SDI8ubVZi7w&ab_channel=F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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