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13 - 임포스터 신드롬

아무 관련 없는 일본에서 찍은 사진

이직을 한달 남짓 남겨두고, 앞으로 일하게 될 업계가 풀고자 하는 문제들, 눈여겨봐야할 새로운 툴들 등 공부를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니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이직하게 될 곳은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을 위한 툴을 만드는 회산데, 나는 그들의 굉장히 라이트 유저였고, 단시간에 이 시장과 유저에 대한 이해를 쌓기는 쉽지 않겠지.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날고 기는 디자이너들의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도 구경하고 나니 임포스터 신드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직에 대한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이런 이야기를 앞으로 내 미래의 매니저가 될 사람과 동료에게 터놓고 했다 (입사 전부터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걸까) 그랬더니 동료 디자이너도 이 팀에서 만난 모든 디자이너, 자신이 보기에도 엄청 잘하고, SNS에서 이름이 알려져있는 디자이너들까지도 하나같이 그 임포스터 신드롬에 아직까지도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나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게 아니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또 한편으론 서로에게 임포스터 신드롬을 느끼는 집단이라니, 어찌보면 배부른 소리같은, 멋진 동료들이 가득하다는 데에 대한 귀여운 투정 정도가 아닐까. 매니저도 자신이 입사했을 때 이 회사의 프로덕트에 대해 너무 몰라서 새롭게 다 배웠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시간의 문제라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아직 매니저가 어떤 사람인지 잘은 몰라도, Boss라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오픈하고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매니저라니, 벌써 맘에 든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니, 다시 임포스터 신드롬이 조금은 가라앉고, 앞으로 내 앞에 다가올 챌린지들이 설레게 느껴진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집, 새로운 동료, 익숙한 것 어느 하나 없이 하드 리프레시. 두렵지만 이 두려움을 가지고 나를 좀 더 푸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남은 한 달, 이 간지러운 불편함을 행동으로 옮겨보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