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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일상의 회복과 재구축

이제 런던에서 지낸지 2달이 다되어간다. 이사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이벤트들이 있는 바람에 하루하루의 밀도가 높아 체감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길게 지낸 듯한 기분. 정신을 놓고 살다가 이제야 다시 머릿속에 여유가 생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 덕분에 이번주에서야 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지, 하고 정신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쓴다던 다짐, 새해 목표들, 평소의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못한지 두 달,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돌아간다'라고 표현했지만 환경이 바뀌고, 지금 해야할 것들이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은 이전의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일상을 구축해야하는 요즘이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당연하고도 편안한 이것에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포함되는지. 하다못해 고민하지않고 갈만한 단골 카페를 만드는 것, 필요한 게 있을 때 어디에 가야하는지 아는 것, 아직 새 집 구조와 정리 방식이 손에 익지 않아 뒤죽박죽인 서랍 속 물건들, 다 새롭게 다듬어가야하는 것들 투성이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은 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내 일상이라고 느끼려면 6개월은 필요하지 않을까? 새롭게 돌아간 일상도 괜히 어색하다. 이번 주말에는 간만에 혼자 맥주마시면서 영화를 한 편 봤는데, 예전처럼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는 느낌이 없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일상이라고 믿어온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 주변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단순히 나를 제외한 내 밖이 바뀌는게 아니라 그 환경에 맞닿아있는 나 또한 바뀌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아직 내 살에 맞닿아있는 모든 현실이 낯선 요즘.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곳에서의 삶도 또 익숙해지겠지. 이 묘한 불편함, 설렘,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조금 더 한껏 느끼고 사랑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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