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온 소프트웨어 대개방의 시대
요즘 AI에서 가장 큰 화두는 아무래도 MCP가 아닐까. MCP는 Model Context Protocol의 약자로, AI 모델들이 다른 서비스의 정보를 문맥으로 가져와서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그 정보를 쉽게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약속이자 규격이다. 예를 들면 Figma의 디자인을 MCP를 통해서 개발 인풋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Supabase같은 데이터베이스 툴의 MCP를 통해서 접근하려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조나 보안 정보를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말하자면 정보간의 USB 호환성을 하나의 약속으로 정한 것이다.
너무나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MCP 서버를 제공하기 시작하는게 참 흥미롭다. 보통은 일종의 lock-in 효과를 위해서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정보를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접근하는 것에 제한을 두는 편인데, 너나 할 것 없이 수문을 여는 모습이라니. AI와 MCP가 소프트웨어와 정보가 사용되는 방식에 큰 변곡점이 된 듯 한다.
생각의 툴에서 소통의 툴, 나아가 AI의 맥락과 의도를 위한 툴이 되는 시대
노트, 디자인툴, 포스트잇, 다이어그램 등은 곧 생각의 툴이다. 결국 생산성 툴도, 파워포인트도, 피그마도, 협업용 화이트보드 앱도 본질적으로는 '생각'을 위한 툴이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시각화하고, 흩어져있는 점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더 큰 생각과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툴들을 통해 시각화된 자료는 곧 소통의 재료가 된다. 기록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는 수정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Source of truth가 된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툴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AI 툴이 이 모든 과정에 스며들게 되면서, 이 툴을 통해 만든 자료들이 AI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뾰족하게 전달하고 결과물을 높이기 위한 '맥락'이자 '의도'로 사용된다.
내 의도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협업에 있어서 중요한 역량이다.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기록하는 방식이 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AI가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재료의 퀄리티까지 좌우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 Readme.md이 필요해
뿐만 아니라, 이 맥락을 전달하는데에 있어서,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AI에게 맡기는 것 보다, 이 태스크의 바탕이 되는 논리와 원칙이 더 효율적인 맥락으로 사용이 된다. AI의 역량이 계속 발전할 것인지, 지금의 데이터 학습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까지도 AI툴은 사소한 디테일을 완벽하게 만드는데에는 한계가 있고, 텍스트 프롬프트 방식에서는 더더욱 디테일을 바로잡는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결과물의 큰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System prompt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프론트엔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디자인만을 제공하는게 아니라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 시스템의 큰 원칙들을 Context로 제공하면서 따라야할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토큰 등을 제공한다던지, 개발에서도 코드베이스에 대한 큰 원칙이나 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coding standard를 제공해서 결과물을 더 원하는 포맷이나 Naming convention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
일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로 AI툴을 사용할 때도 일종의 나에 대한 readme.md를 써두어야 하나 싶다. AI툴이 나와의 인터랙션을 통해, 메모리를 통해 더 개인화 되는 방향으로는 가겠지만, 큰 틀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물의 방향성, 내 사고의 방식, 내가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에도 결국에는 같은 원칙이나 논리가 적용된다. 모든 것에 Readme.md가 필요하고, 모든 정보가 Readme.md화 되는 시대다.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 - 이직 4개월 차 회고 (2) | 2025.07.07 |
---|---|
나만을 위한 스케줄러 만들기 1 - 혼자쓰는 PRD (4) | 2025.04.28 |
디자이너의 네트워킹 - 소소한 요령들 (1) | 2025.01.17 |
AI 하드웨어 춘추 전국시대 (0) | 2024.06.14 |
다음 직장, 다음 나라에 대한 기준들 (4)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