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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괜찮지 않은 요즘

제목 그대로, 괜찮지 않은 요즘. 회사에서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 하는 동안도, 일을 하지 않는 동안도 보이지않는 부담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종일 긴장된 상태가 이어지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제는 생각할 힘과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직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다른 의미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달까. 초반에는 런던을 즐길 의욕이 넘쳐났는데, 요즘은 어떤 것도 재미가 없고,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우울감을 극복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보지만, 왜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나름 힘들 때도 자정 능력이 좋다고, 의욕과 성실함으로 모든 걸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기에, 지금의 내 상태가 너무나 당황스럽고 힘들다. 그래도 지금은 런던이 날씨가 나쁘지 않은데, 흐려지고, 해가 짧아져가면 이 우울감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부담을 내려놓자, 내 감정은 내가 현상을 보기 나름이다 하고,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이는데도, 그 되뇌임을 잠깐 멈추는 순간 또 마음에 먹구름이 밀려든다. 모든 행동과 생각이 어렵고 힘겹다. 남의 인정을 받고 성취하고, 해내는 사람들을 평생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래왔던 내가, 요즘은 그저 적게 벌고 인정받지 못해도 마음 편한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의 나는 내가 낯설다.

 

지금은 빅토리아 파크. 요즘 날씨가 좋을 때마다, 마음이 좀 힘들 때마다 공원에 온다. 오늘도 하루종일 흐리다가 해가 나자마자 공원으로 뛰쳐나왔다. 캠핑 의자를 들고, 돗자리를 들고 와서 책을 읽기도 하고, 그냥 누워있기도 한다. 공원이 넓고 나무가 커서, 이 공원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 최근에 마음이 힘들어서 근교 바닷가 마을에 다녀왔는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길래 그런 ASMR을 찾아서 들어야 하나 했는데, 그 소리가 집 근처 공원에서도 나더라. 공원에 오지 않아도, 내 마음 속에서 파도소리를 틀어서 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다이어리에 혼자 주절주절 많이 적어왔지만, 광활한 웹 한 구석의 이 블로그에 마치 대나무숲처럼 조용히 외쳐본다. 난 요즘 괜찮지 않다아아아아아아! 다시 일상과 안녕을 회복할 그 날이 오길.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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