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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이제 스마트폰의 화질은 화소가 무의미할 만큼 퀄리티가 좋아졌고, 덕분에 DSLR이나 미러리스같은 카메라도 들고 다니는 게 유난스러워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새로 산 미러리스는 집 안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필름카메라를 더 많이 들고 다녔다. 무겁기도 무겁고, 필름값이며 현상이며 돈은 돈 대로 나가는데 이상하게 더 손이 간다. 아직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담아내는게 쉽지가 않아서 36장짜리 롤을 찍으면 실패하는 사진도 많은데도, 한 3장 정도가 정말 마음에 꼭 들어서, 계속 필름 카메라를 시도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빛에 예민해서 낮에 들고 나갔다가도 흐리거나 어두워지면 거의 건지는 사진이 없어서, 들고 다니는 빈도에 비해서 많이 찍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빛만 조금 좋으면 필름 카메라 생각이..

    [디자이너의 다큐 추천]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Feels good man)

    요 근래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다큐멘터리. 커뮤니티든, SNS든, 메시지의 GIF 밈으로든 누구나 접해봤을 개구리 페페에 대한 이야기다. 그 슬픈 표정의 개구리 이야기다. 이 개구리에 이름이 있다는 것도, 거의 혐오짤 정도로 사용되지만 이 캐릭터 또한 처음에는 누군가의 애정과 정성이 담긴 캐릭터로 시작된 캐릭터라는 것, 캐릭터가 점점 혐오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나 트럼프주의자들의 상징처럼 사용되는 과정에서 괴로워하고 상처받는 원작자가 있었다는 것도 이 다큐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나 미디어를 통한 정치, 인터넷 상에서의 혐오와 폭력이 현실까지 이어지는 모습들, 개구리 페페라는 캐릭터 하나로 이 모든 걸 다각도로 보게 된다. https://..

    [작업기] Fakefold - 폴더블 사긴 싫지만 프로토타입은 해보고싶어서

    Galaxy Fold가 처음 나왔을 때쯤, 폴더블이라는 폼팩터에 맞는 새로운 인터랙션 관련해서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싶은데, 막상 살 용기는 없었다. 후속 제품이 나온 지금도 여전히 내 돈으로 사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도 뭔가 해보고싶어서 휴대폰 두개로 폴더블인척 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FramerX로 작업했던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구조 자체는 간단했다. Socket.io로 연동되는 두 개의 프로토타입을 두 스마트폰에서 실행하고, 각 디바이스의 현재 자이로센서값을 계산해서 두 디바이스가 활짝 펼쳐져있는지, 닫혀있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socket.io도 써보고, 여러 디바이스를 연동해서 만드는 프로토타입을 꽤 만들었었다. 단점이라면 다른 ..

    [영감 모으기] Norman McLaren - 초기 애니메이션에서 찾는 감각적인 시도들

    옛날 작가나 작업, 유명한 디자이너의 초기 작업을 보면 재미있는게 우리가 얼마나 지금의 툴이나 작업 방식에 갇혀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고, 그 옛날 편리한 도구 없이도 얼마나 창의적이고 엄청난 작업들이 있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오늘 접하게 된 Norman McLaren의 작업이 딱 그렇다. 1950-7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신 캐나다의 애니메이터이고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탄생한 초창기에 다양한 작업을 하신 분이다. MMCA에서 하는 전시를 통해서 작품을 접했는데,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표현한다는게 너무 멋졌던.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툴에 갇혀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집에 와서 작업을 더 찾아봤는데, 정말 좋은 작업이 많다. 특히 눈이 갔던 작업. 숫자만 나오는 8분짜리 영상이 뭐..

    [디자이너의 다큐 추천] Ryuichi Sakamoto: Coda

    왓챠에서 제공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하게 봤던 다큐멘터리. 더 일찍 보지 않았던 걸 후회할 정도로 좋았다. 그의 음악이나 작업 과정, 생각을 아는 걸 떠나서 그의 '태도'가 엿보여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류이치 사카모토 하면 거장, 아티스트처럼 뭔가 무거운 이미지가 있는데, 오히려 순수하게 음, 소리로 테스트하고 웃으면서 즐기고 소탈하게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나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 같아보여서, 그 웃는 모습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디자인을 하면서, 결국 일하듯이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끙끙거리던 내 모습과 대조되던 그의 모습. 나의 창작욕이 떨어질 때 다시 보고 싶은. 분야를 떠나서 개인으로, 아티스트로 너무나 존경스러운 사람. 오늘은 그의 플레이리스트로 작..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 시차를 거슬러 일한다는 것.

    4 to 1. 내 근무시간이다. 다들 4 to 1이 무슨 말인지 헷갈려했고, 9 to 6라는 보편적인 업무 시간이 아닌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여야 했다. 올해 초에 해외 기업에 원격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내 생활 패턴은 거의 붕괴되고 재탄생 되었다. 유럽과는 시차 맞추기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미국이 거의 14시간 정도가 차이가 나다보니 통화를 받으려면 아침 일찍 시간대나 늦은 밤 시간대를 무조건 포함시켜서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나온 시간대였다. 그리고 곧 다시 시차가 훨씬 가까운 나라의 팀과 일하게 되어서 다시 생활 패턴을 옮기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런 다른 시차살이를 한지 어느덧 6개월 차. 처음 생각한 생활과 다른 부분도 있고, 시작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도 많..

    [Bookmarks] RunwayML - 동영상 편집이 머신 러닝을 만나면

    [광고가 아닌, 내가 찾고 나만 알기 아까운 흥미롭고 좋은 서비스나 툴들을 소개합니다] 동영상 편집이 쉬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간단하게 컷편집 정도야 너무 좋은 서비스들이 많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영상을 만들어내거나 여러 소스들을 합성하는건 쉽지 않다.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말은 배워야할 것도 많고, 좋은 컴퓨터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동시에 '노가다'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 영상 쪽 작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분야를 소거법으로 정한다면 나는 영상부터 뺄 거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나는 종종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영상 편집은 노가다도 많고, 비효율적인 부분도 많..

    내가 좋아하는 (딱히 쓸모는 없지만) 재미있는 웹사이트 모음

    최근 업데이트 - 2021. 08. 01 웹이든 프로덕트든 유용하거나 쓸모가 있지는 않아도 사람들의 하루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웹사이트들을 좋아한다. 이런 시도들이 하루 몇 천명, 몇 만명의 많은 사용자들에게 쓰이고 이 사용자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지는 않고 도대체 이런 걸 누가 왜 만들지 싶어도, 적어도 몇 명에게 재미와 즐거움, 사색을 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런 노력들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사이트들을 좋아해서 북마크를 해뒀는데 좀 흩어져있어서, 이번 기회에 글로 모아둬보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볼 수 있길. Drive & Listen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라디오 틀고 드라이브 하는 기분 내고 싶을 때. 여행 대리만족이 필요할 때 좋은 사이트. 도시별로 ..

    [작업기] Hand cursor - 웹캠으로 제스처 인터랙션 인식하기

    머신러닝이 인터랙션에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까? 제스처 인터랙션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인터랙션이다. 개념 자체는 SF영화에서 자주 나오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있었고, 실제로 사람의 동작이나 제스처를 인식하는 디바이스로 게임이나 공간 인터랙션에 활용이 되어왔다. Microsoft의 Kinect나 Leapmotion이 그 예시인데, 적외선 센서를 통해서 인물과의 거리, 인물의 신체의 형태를 잡아낸다. 그런데 최근에 머신 러닝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트북의 웹캠 하나로도 이런게 가능해졌다. 사실 머신러닝을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예측하는 쪽의 사례만 생각을 하다가 영상을 분석해서 그 안의 제스처나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게임, 인터랙션 쪽으로도 활용 사례가 무..

    도구의 진화 - 툴이 진정한 '도구'가 되는 시대가 올까?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포토샵 같은 Adobe 프로그램을 배우고, 자기가 전문성을 가지려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익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던 시기가 있었다. 미술이던 디자인이던, 그 쪽으로 진학할 생각이 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장미 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책 제목이 낯설지 않을 듯 하다. 그 시절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이너의 레쥬메 한 구석에는 종종 여러가지 툴에 대한 숙련도가 적혀있고, 이는 디자이너의 능력까지는 아니여도 어떤 툴을 다뤄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소통할건지 파악하는 정보가 된다. (물론 그 숙련도가 디자이너의 감각과 능력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