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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소비예찬

    오랫동안 오븐 장갑과 주방용 손 닦는 수건이 없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필요해도 잘 안사는 성격이라, 이사 초반에 열심히 마음에 디자인을 찾아다녔으나 못찾아서 결국 일반 수건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간 Marimekko 매장에서 너무나 맘에 쏙 드는 장갑과 수건 세트를 발견했다. 세트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한참을 망설였지만, 이게 아니면 내 평생 오븐 장갑과 주방용 수건을 못 살 것 같았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샀을 때의 행복과 희열이란. 사실 사와놓고 너무 아름다워서 한 번도 안쓰고 눈으로만 즐기고, 아직도 일반 수건에 손을 닦고 있다. 마음에 쏙 들 때까지 못 사는 나의 습관은 미련하기 그지없지만서도, 정말 딱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을 때의 그 희열 때문에 그 ..

    1 - 잡념에 제목 달기

    어느덧 또 연말이 다가오고, 글쓰기라는 목표는 또 흐지부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또 해보려고 다시 마음을 잡는 이유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왜인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무기력한 요즘, 그냥 내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에 형체를 만들어주고, 뿌연 침전물들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하다. 오히려 새해 결심이랍시고 의욕이 가득할 때가 아닌, 한 해가 저물어갈 때 도전을 하는 일종의 빈집털기랄까. 이정도 낮은 의욕일 때 시작해야 오래가겠지. 누군가가 볼 수도 있는 온라인의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몇 번이나 마음먹고 실패해왔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나의 (없는) 지식과 경험, 인사이트를 나눠야할것만 같은 부담감이 가장 컸다. 하지만 ..

    AI 하드웨어 춘추 전국시대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다시 봤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초' 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원형이고 아이폰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그렇게 느낄 뿐, 그 당시 스마트폰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휴대용 기기에서 컴퓨터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Blackberry처럼 이미 꽤나 독보적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디바이스도 있었다. 아이폰이 크게 바꾼 건 '인터랙션'이었다. 그 전 디바이스들은 키보드나 터치펜에 의존한 반면, 아이폰이 도입한 건 터치스크린을 통한 직관적인 인터랙션이었다. 이 이후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외의 브랜드들은 아이폰의 변주..

    꿈과 광기의 왕국 - 과하게 솔직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야기

    2013년에 나온,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의 총평은, '이웃집의 미야자키 하야오' 나 왜 다큐멘터리 보다가 울었냐. 보통 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특정 아티스트의 예술관이나 인생을 집대성해서, 어떤 굴곡을 거쳐 어떤 아티스트가 탄생하고 저물어갔는지를 다룬다. 쉽게 그 작가의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또 한편으로 결과론적으로 그 과정을 듣는 입장에선 그저 하나의 위인이자 거장의 인생으로 느껴진다. 이질감이 든달까. 이 다큐가 참 마음을 건드렸던건, 그 오랜 세월을 거쳐낸 거장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고통받고,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을 곱씹어가며 이야기 하나 하나를 만들어내갔다는 점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구나. 창작의 선배가 아닌..

    다음 직장, 다음 나라에 대한 기준들

    간만에 옆 팀에 계시는 한국분과 점심을 먹었다. 요즘 취미가 뭐예요? 라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이직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먹었건만, 한참의 침묵 끝에 '이직 준비요' 라고 말했다. 정말 일 이외에는 모든 시간과 생각이 이직 준비를 향해있기 때문에, 다른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말하고나니 속은 시원했다. 그렇게 온 시간, 온 정신을 쏟고 있는 문제이건만, 해답이 없는 문제같다. 지금까지의 작업,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의 나에 대해 온종일 생각하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고,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메꾸려고 애도 써보고... 하루종일 나라는 미로 안에 갖혀있는 느낌이다. 이야기 되고 있는 회사들이 몇 군데..

    Georgia O'Keeffe

    우연히 보게 된 한 사진에 꽂혀서, 조지아 오키프의 작업과 인생에 대해 더 알고싶어졌다. 이름은 많이 들은 작가인데도 한번도 더 자세히 알아볼 기회도 없었고, 찾아보니 책도 바로 구매하거나 빌려볼 만한게 없어서 유튜브를 뒤져보다 발견한 다큐멘터리. 꽤 예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지만, 나름 그녀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듯. 그나마 최근 인물이기 때문에, 실제 그녀의 목소리나 영상이 담겨있어서 더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4DMMWaGm4jU&ab_channel=RovedaAudiovisual 별 다른 감상 없이, 가장 좋았던 그녀의 한 마디를 남겨본다.  I thought someone could tell me how to paint landscapes. But I'..

    애증의 SNS

    SNS를 정말 못한다. 무대 공포증과 비슷한 맥락으로, 온라인 상에 무언가를 올리는게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발표를 하러 무대에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다. 몇 명이나 본다고, 사실을 놓고 보면 아닌걸 알지만, 요즘도 게시글 하나를 올리는 데에도 수십번을 망설인다. 가끔은 오죽하면, 컨텐츠를 대략 준비해놓고, 술을 한 잔 하고 누른다. 그만큼이나 용기가 안난다. 그럼에도 SNS만큼 나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없다는걸 알기에, 매해 내 새해 목표에는 '꾸준히 SNS 하기'가 올라간다. 누구는 SNS를 끊으려고도 하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해 안달이고, 하려고 하면서도 고통받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작년에는 그나마 작업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을 했고, SNS의 긍정적인 측면들도 봤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

    [작업기] 첫 프레이머 템플릿, Interactive Slides

    오늘까지 총 54개의 판매를 기록한 내 프레이머 템플릿, Interactive Slides. 종종 판매 소식을 알리는 이메일이 올 때면 반갑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https://www.framer.com/templates/interactiveslides/ https://interactive-slides.framer.website 만들게 된 계기는 pdf 포트폴리오였다. 이직을 위해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다가 화가 났다. pdf 포맷으로 만들자니 영상이나 프로토타입 위주의 내 작업들을 보여줄 수가 없고, 그렇다고 무겁게 영상을 첨부한 ppt 포맷으로 만들 수도 없고, 온라인으로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는 Google Slides나 Canva는 아무래도 지원되는 기능이 정해져있다보니 커스터..

    [작업기] 디자이너의 개인 웹사이트 개편기

    이직 생각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웹사이트를 개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웹사이트를 졸업 직전에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뭔지 정체성이 잡히지 않았을 때 만들어서 지금의 내 관심사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고, 내 작업을 온라인에 많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현재의 나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몰랐는데 그 때 웹사이트 만든 작업기가 내 티스토리에 있었다...?! 저렇게 만들어놓고도 작업기를 썼다니 대단하다 나 자신. 그리고 지금의 웹사이트도 그런 시선으로 볼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하니 두렵다ㅎ) 보통 누군가가 흥미로운 작업을 보면 그 디자이너에 대해 찾아보고, SNS나 웹사이트를 들어가보게 된다. 그때 웹사이트가 성공적으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작업을 흥미롭게 보여주면 다른 작업, 다..

    새로운 근육을 쓰는 감각

    23년을 회고하면서 문득 깨달은 점이 있다. 23년의 목표나 계획들이 22년의 연장선에 있는 것들이 많았던 탓에, '새로운' 것을 배울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배움의 감각, 새로운 근육을 쓰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그 감각이 그리워졌다. 23년이 관성에 젖은 한 해처럼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다짐한 새로운 배움은 Swift UI와 아크릴페인팅 또는 유화. Swift UI를 이번주부터 강의도 들어보고, 예제 코드 보면서 배우고 있는데, 아직은 재미보다 하는 내내 '왜?'라는 마음이다. React에 이어서 두번째로 배우는 개발 언어인데, 기존에 알던 것과 겹쳐 보이면서 왜 다른지,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의문이 내내 든다. 아직은 완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