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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셀 폰트 - 8x8, 그 제한된 공간 속 무한한 표현들

    Config 2024를 갔을 때, 만난 사람들에게 어느 토크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픽셀 폰트 토크!' 라고 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세션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갔는데, 이제야 생각이 나서 찾아봤다. Figma의 Design director인 Marcin Wichary의,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이 좋지 않았을 때 사용되던, 한 글자 당 8x8 픽셀 안에 그려지는 픽셀 폰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의 디스플레이는 일부러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이상에야 깨진 픽셀들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선명하고 촘촘해졌는데, 이 세션에서는 과거 아이팟, 예전 컴퓨터 GUI, 게임 그래픽에서 사용되던 폰트들을 소개한다. 8x8. 한 글자 당 64개의 픽셀 안에서 대문자, 소문자, serif, san-s..

    7 - 운동을 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차이

    혼자 러닝을 한다던지, 복싱에 가서 혼자 샌드백을 친다던지, 혼자 묵묵히 그 날의 운동을 끝내고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폴에 온 이후로는 그런 혼자 하는 운동 시간이 반, 코치가 하는 수업을 듣는 운동 시간이 반이다. 내가 사는 콘도에 테니스 코트가 있어서 레슨을 신청하면 코치가 직접 와서 수업을 해줘서 테니스도 배우고, 평소에 하던 복싱을 계속 하고 싶은데 싱가폴은 아무 시간대나 가서 시설을 쓰는 복싱장보다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신청해서 가야되는 식이라서, 복싱도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혼자 편한 시간에 가서, 조용히 생각 정리 하고 오는 맛으로 운동을 했다보니, 처음에는 운동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미리 일정을 잡아서 가야하고, 옆에 계속 코치..

    [작업기] Sites.cv와의 콜라보 - Booklet 웹사이트 템플릿

    Read.cv를 아시나요?Read.cv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부터 프로덕트 관련 직종의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다. 개인의 resume를 온라인상에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LinkedIn의 정제된 버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확장해서, Post.cv (read.cv 유저들의 소셜 네트워크), Sites.cv (read.cv의 프로필을 바로 웹사이트로 바꿔주는 서비스)까지 3개의 플랫폼이 있다.Read.cv에서 활동한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 곳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도 많고, 확실히 커뮤니티가 작다보니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와는 다른 느낌으로 더 실속있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를 쓰는게 미안할 정도로, 관련 업계 안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이 플..

    6 - 일상의 조각들

    블로그 챌린지 하던 친구들이 포토덤프를 올리는게 좋아보였는데, 주말인 김에 갤러리에서 이번 주의 사진들을 모아 올려본다. 사실 요즘 모든 정신이 면접 준비에 가있어서 일상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있겠지. 일상이 단조로워질수록 생각도 단조로워지고, 나의 표현도 단조로워진다. 책으로, 사람으로, 혼자 뭔가 만드는 시간으로 그런 단조로움을 채워오던 나였는데, 요즘은 그런 시간이 없으니 내 갤러리도 단조롭구나. 그나마 하늘을 올려다보고, 좋은 날씨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나 칭찬해. 남은 며칠만 고생하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5 - 과거의 작업들을 돌아보며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준비에 대한 하소연으로 적어보는 오늘의 글. 최종 면접을 앞두고, 특히 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design craft’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잖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의도 자체만 보면 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나 싶다. 이 인터뷰의 목적은 정제된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려했던 옵션들, 선택되지 않은 디자인들, 그 이면의 고민과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것이다. 처음엔 아, 그거야 쉽지, 라고 생각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몇 번이나 열어봤던 프로젝트이지만,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다. 포트폴리오는 잘 된 부분만 하이라이트하면 되는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엉망인 부분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4 - 해외에서 친구만들기

    돌이켜보면 싱가폴에 와서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해외에 나와있는 지금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꽤나 잘 유지하는 편인 내가, 친구 만드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거라고는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다. 일 관련해서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 가는 일은 오히려 어렵지 않은데, 가끔 밥먹고, 수다떨고 마음 편하게 속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특히나 직장이나 학교 같이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데도 친구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다시 친구 사귀는 방법을 배운게 아닐까. 먼저 연락하고, 시간내서 만나고, 요즘 좀 뜸했나 할 때 또 연락하고. 확실히 어렸을 때의 친구 사귀는 과정과는 배경도, 방법도, 이유도 다르지만, 친구라는 건 계..

    3 - 취향에 대하여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생기는걸까. 취향이라는 많이 쓰지만 무엇이 개인의 취향을 형성하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왜 이런 우중충한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무엇이 내 선반에 올라간 물건들을 고르게 만들었는지, 집에 둘 화분을 고를 때 마저도 어떤 식물은 마음에 들고 어떤 식물은 별로라고 생각하게 되는지 말이다. 어린 시절에 접한 것들부터 최근에 접한 것들, 가치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다 맞물려서 나오는, 한 두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 안의 일종의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일 것이다. 최근에 'Filterworld' 라는 책을 읽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이면에 대한,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미뤄오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

    2 - 소비예찬

    오랫동안 오븐 장갑과 주방용 손 닦는 수건이 없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필요해도 잘 안사는 성격이라, 이사 초반에 열심히 마음에 디자인을 찾아다녔으나 못찾아서 결국 일반 수건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간 Marimekko 매장에서 너무나 맘에 쏙 드는 장갑과 수건 세트를 발견했다. 세트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한참을 망설였지만, 이게 아니면 내 평생 오븐 장갑과 주방용 수건을 못 살 것 같았다.정말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샀을 때의 행복과 희열이란. 사실 사와놓고 너무 아름다워서 한 번도 안쓰고 눈으로만 즐기고, 아직도 일반 수건에 손을 닦고 있다. 마음에 쏙 들 때까지 못 사는 나의 습관은 미련하기 그지없지만서도, 정말 딱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을 때의 그 희열 때문에 그 습..

    1 - 잡념에 제목 달기

    어느덧 또 연말이 다가오고, 글쓰기라는 목표는 또 흐지부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또 해보려고 다시 마음을 잡는 이유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왜인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무기력한 요즘, 그냥 내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에 형체를 만들어주고, 뿌연 침전물들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하다. 오히려 새해 결심이랍시고 의욕이 가득할 때가 아닌, 한 해가 저물어갈 때 도전을 하는 일종의 빈집털기랄까. 이정도 낮은 의욕일 때 시작해야 오래가겠지. 누군가가 볼 수도 있는 온라인의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몇 번이나 마음먹고 실패해왔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나의 (없는) 지식과 경험, 인사이트를 나눠야할것만 같은 부담감이 가장 컸다. 하지만 ..

    AI 하드웨어 춘추 전국시대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다시 봤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초' 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원형이고 아이폰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그렇게 느낄 뿐, 그 당시 스마트폰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휴대용 기기에서 컴퓨터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Blackberry처럼 이미 꽤나 독보적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디바이스도 있었다. 아이폰이 크게 바꾼 건 '인터랙션'이었다. 그 전 디바이스들은 키보드나 터치펜에 의존한 반면, 아이폰이 도입한 건 터치스크린을 통한 직관적인 인터랙션이었다. 이 이후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외의 브랜드들은 아이폰의 변주..